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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 위원 "윤석민, 한때는 내 밥이었는데"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09 14:54


양준혁 SBS 해설위원. 스포츠조선 DB

양준혁 SBS 해설위원도 현역 시절 막판에 KIA 윤석민에게 호되게 당했다.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인천 문학구장의 최고 스타는 역시 윤석민이었다. 전날 1차전에서 역대 준플레이오프 5번째 완투승을 달성한 만큼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윤석민이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취재진이 그를 거의 '포위'할 정도였다. 특히 1차전에서 위력을 떨친 슬라이더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뤘다.

이날 문학구장에는 양준혁 SBS 해설위원도 모습을 보였다. 이날 케이블 채널의 해설을 맡았다.

양준혁 위원은 지난해 9월 현역 은퇴경기를 가졌다. 그에게 질문했다. "현역 시절 양 위원도 윤석민의 슬라이더에 많이 당했던 기억이 있는가."

약간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양준혁 위원은 "나는 현역 시절 때 석민이 공을 잘 쳤다. 석민이의 슬라이더 역시 나에겐 안 통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자기 자랑'에 가깝다. 하지만 양 위원은 곧바로 "그런데 문제는…. 윤석민이가 나한테 밥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쥐며) 이걸 장착하더라고. 그때부터는 내가 완전히 밥이 됐지"라며 웃었다.

양 위원이 말한 건 서클체인지업이다. 실제 양 위원은 2007년에는 윤석민에게 6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는데, 2008년에는 14타수 1안타로 타율 7푼1리에 그쳤다. 2009년에는 4타수 1안타였고 지난해에는 상대 성적이 없었다.

KIA쪽에 확인해보니 윤석민이 서클체인지업을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한 건 3,4년 전부터였다. 윤석민이 서클체인지업을 장착한 건 당연히 왼손타자 상대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왼손타자의 바깥으로 흘러나가며 가라앉는 구질이기 때문이다.


설명이 이어졌다. 양 위원은 "솔직히 말하면 예전 석민이의 슬라이더는 지금처럼 팍팍 구석으로 박히지 않았다. 조금 밋밋했기 때문에 특히 왼손타자인 나에겐 몸쪽으로 말려들어오는 눈에 보이는 구질이었다. 직구 타이밍으로 휘두르면 걸렸다. 그래서 잘 쳤다"고 말했다. 지금의 고속 슬라이더와 그때의 슬라이더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력이 다르다는 의미였다.

결국 양준혁 위원 역시 윤석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은 셈이다. 양 위원은 계속해서 "그래도 한때는 내 밥이었는데…"라며 웃었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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