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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김광현의 투-피치(Two-Pitch) 딜레마다.
자신의 강력한 무기를 매번 꽂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구질이 단순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짧은 이닝을 던지는 마무리보다 선발에 그 부작용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SK의 에이스 김광현은 '투 피치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8일 인천에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출전한 김광현은 4⅔이닝 4안타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5회를 마치기 전 투구수가 88개나 됐다. 4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직구의 제구력이 매우 좋지 않았다. 1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은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확실히 그는 SK의 에이스였다.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지만, 위기를 노련하게 막아냈다.
그러나 투구내용은 너무나 불안했다.
김광현의 주무기는 150㎞ 안팎의 강력한 직구와 높은 타점으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100㎞대의 슬로커브와 스플리터, 서클 체인지업도 던지지만 완벽하지 않다.구사비율도 현저하게 낮다.
제구력까지 많이 흔들리면 그의 경기력은 급격히 나빠진다. 단순한 구질에 타자들의 노림수 타격에 안타를 맞는 비율이 커진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김광현의 직구 제구력이 특히 좋지 않았다. 1회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연속 5개의 직구를 던졌지만, 볼넷을 허용했다. 전반적으로 직구가 높았다. 결국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변화구를 구사하다 KIA 타자들의 노림수에 안타를 4개나 허용했다.
지난 시즌부터 김광현은 새로운 신구종 개발에 애를 썼다. 스플리터와 서클체인지업을 번갈아 테스트했다. 하지만 투구밸런스에 그대로 녹아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밸런스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부작용이 더 많았다.
올 시즌 악재까지 겹쳤다. 안면마비로 인해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시즌 내내 몸상태가 완전치 못했다. 그는 시즌 막판 복귀한 뒤 "나 자신을 생각할 틈이 없다. 팀을 위해 이기는 피칭을 하겠다"고 했다. 기존의 투구를 가다듬겠다는 의미. 즉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을 강화하겠다는 얘기였다.
사실 김광현은 당분간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충분히 톱 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다. 양상문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김광현의 투-피치 투구가 단순하다고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그의 슬라이더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면서 옆으로 휜다. 그리고 강약 조절을 하면 슬라이더만으로 3개 구종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신구종을 완벽히 장착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올 시즌 직전 SK 김성근 전 감독은 "떨어지는 공을 하나 더 장착하면 김광현에게는 더 좋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제구력과 완급조절"이라고 했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