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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리조트.
프로야구에서 대표적인 장타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가르시아와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US오픈 챔피언 유소연이 드라이버샷으로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이전부터 관심을 끌어온 이벤트다.
팬들의 궁금증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취재진과 갤러리들이 이곳에 모였다. 가르시아는 어머니 아구아요 마리아씨를 모시고 와 이벤트 시작전부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유소연 "속았다는 느낌이에요"
가르시아와 유소연은 이벤트 시작에 앞서 골든베이 골프&리조트 밸리코스 1번홀(파4, 310야드)에서 연습시간을 가졌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유소연이 야구 방망이 모양의 스윙연습기를 갖고 등장하자 가르시아는 신기한 듯 휘둘러 보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 왼손잡이인 가르시아는 미처 장갑을 챙겨오지 못해 오른손잡이용 장갑을 대충 끼고 연습에 들어갔다. 첫 번째 샷이 똑바로 일직선을 그리며 그린 옆을 훌쩍 넘어버렸다. 주변에서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울렸다. 유소연도 입을 다물지 못하더니 외마디 비명을 외쳤다. "I wanna give up!" 가르시아는 두 번째 샷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호쾌하게 날렸다. 주변에서는 "오늘 게임 끝났다. 하나마나겠다"라는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유소연의 한화골프단 관계자들도 자포자기한 표정이다. 유소연도 곧게 뻗어나가는 연습샷을 날렸지만 가르시아의 거리에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그럴 만했다. 결국 유소연은 "정확성으로 승부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연습샷 하는 걸 보니 가르시아가 이긴 걸로 인정하고 그냥 가고 싶다"면서 "아무래도 속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짐짓 앓는 소리를 했다. 반면 가르시아는 "이번 대결을 위해 따로 연습한 것은 없다. 올들어 처음 필드에 나왔다"며 의기양양했다. 리허설은 가르시아의 대승이었다. 하지만….
가르시아 "나한테 너무 실망했다"
이제 본격적인 대결의 시작. 가르시아는 유소연과 맞대결 이전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일반인 참가자들과 5명씩 두 팀으로 나눠 벌인 장타대결에서 이미 패했다. 가르시아가 조편성을 하면서 예우 차원에서 홍일점 여성 참가자를 자기팀에 포함시켰고, 다른 참가자들도 OB를 내는 바람에 이길 재간이 없었다. 팀 대결에서 패하자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은 가르시아는 유소연과의 진검승부에 들어갔다. 3차례 샷을 합산하는데 OB는 0m, 러프샷인 경우 ⅔만 인정하는 방식. 먼저 1차 시기에 나선 가르시아. 백스윙 폭이 무척 짧았지만 몸통 회전을 통한 엄청난 파워로 볼을 임팩트하는 스타일이었다. 볼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휘는 훅이 나는 바람에 OB가 되고 말았다. 비거리는 310야드였지만 인정된 기록은 0m. 이에 유소연은 252야드를 날렸지만 러프에 떨어지는 바람에 168야드가 인정됐다. 대결이 벌어진 밸리코스 18번홀(파5, 565야드)은 페어웨이 폭이 10여m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좁고 까다로운 코스였다. 정확성을 무기로 한 유소연에게 당연히 유리한 환경이었다. 결국 가르시아는 2, 3차 시기 모두 310야드 OB를 날리는 바람에 합산 기록 '0'가 됐다, 마지막 샷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가르시아는 한국말로 '에이!'라고 탄식을 쏟아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반면 유소연은 2, 3차 시기에서 252, 250야드를 정교하게 날려내면서 프로골퍼의 자존심을 살렸다. 합산 비거리 결과는 670대0으로 유소연의 완승. 가르시아는 유소연이 제안한 보너스 찬스로 유소연의 드라이버를 잡고 오른손잡이 샷을 시도했으나 이마저 훅으로 휘면서 OB를 내 또 웃음을 선사했다. 야구에서 당겨치기 명수는 골프에서도 여전했다. 이벤트가 끝난 뒤 가르시아는 "(내 자신에게)너무 실망했다"면서도 색다른 경험에 만족한 표정이었고, 유소연은 "코스가 어려운 데다 나는 여러차례 경험한 곳이어서 유리했다. 가르시아가 괴력의 장타자인 것은 사실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결과를 떠나 즐거움 가득한 놀이마당이었다.
태안=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