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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조범현 감독의 승부수. '선발진 불펜기용'의 배경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8-28 20:38


KIA와 SK의 2011 프로야구 경기가 28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펼쳐 졌다. KIA 로페즈가 2대2 동점으로 맞서던 9회말 무사 1,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안치홍을 안아주고 있다. 로페즈는 안치홍 덕분에 승리 투수가 됐다.
광주=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1.08.28/

'선발투수, 올 스탠바이!'

플레이오프 직행권이 달린 정규시즌 2위 탈환을 위해 KIA 조범현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한정된 투수자원과 허약한 불펜진이라는 팀 상황을 놓고 고심하던 조 감독은 결국 28일 광주 SK전을 앞두고 "이제 남은 경기에서는 상황에 따라 선발진도 불펜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시즌 내내 신중하게 팀을 이끌어 왔던 조 감독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운용계획이다.

작전방침이 하달된 후 곧바로 실행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바로 2-2로 맞서던 6회에 로페즈가 바로 롱릴리프로 투입됐다. 대성공이었다. 로페즈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KIA는 9회말 안치홍의 끝내기 안타로 3대2승리를 거두며 3일만에 2위를 탈환했다. 조 감독의 파격 승부수, 과연 어떤 배경에서 나왔을까.


KIA와 SK의 2011 프로야구 경기가 28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펼쳐 졌다. 팀의 세번째 투수로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KIA 로페즈가 8회 2사 2루의 위기에서 SK 박재상을 삼진으로 잡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광주=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1.08.28/
포기할 수 없는 플레이오프 직행의 메리트

올 시즌 내내 조범현 감독은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팀 운용을 해왔다. 지금 당장 1경기를 지더라도 힘을 아껴 차후 2경기를 잡으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다. 부상자가 그토록 많이 발생했어도, 팀이 추락하지 않을 수 있던 배경에는 조 감독의 이같은 신중한 시즌 운용이 한 몫을 했다.

그런 조 감독이 선발진을 뒤로 돌리기로 결정한 데에는 플레이오프 직행이 보장된 2위의 메리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우승이 멀어졌고, 포스트시즌 진출은 거의 확정된 현재 상황속에서 '2위'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리다. 사정권에 들어와 있는데다 무엇보다 정규시즌 2위를 하면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7월21일 대전 한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전반기를 1위로 마친 조 감독은 "남은 후반기에도 최선을 다해 팀의 11번째 우승을 꼭 달성하겠다"며 최종목표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천명한 바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 직행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냉정하게 말해 정규시즌 1위 탈환은 사정권 밖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직행이 보장된 할 수 있는 2위 확보다. 때문에 남은 16경기에서 최대한 많이 이겨 SK와 롯데를 따돌려야 한다. 그러려면 구위가 좋은 윤석민이나 로페즈, 서재응 등을 마무리로 투입해서라도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이기는 게 정답이다.

9월 추가일정, 변칙 운용의 호기다


아무리 2위 확보를 위해서라고 해도 선발진의 불펜 기용은 차후 데미지로 돌아올 수 있는 다소 위험한 카드다. 지난 7월에 LG가 주키치와 리즈 박현준을 불펜으로 돌린 것도 당시로써는 연패 탈출 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조범현 감독도 이런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7월의 LG와 현재 KIA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7월은 시즌이 한창 진행중이라서 투수진을 다소 무리하게 운용하고 난 뒤에 회복의 시간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KIA는 시즌을 마무리하는 입장이다. 향후 남은 경기도 16경기 밖에 안 되는 데다 일정도 다소 여유있게 편성돼 투수진들이 휴식을 취할 시간이 있다.

KIA는 다음주 화요일(8월30일 광주 넥센전)과 목요일(9월1일 사직 롯데전), 2경기만 치른다. 이후 6일을 쉰 뒤 8일부터 11일까지 4경기를 치른다. 우천 순연경기가 적었던 탓에 상대적으로 정규시즌에 많은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추가 편성일정이 여유롭게 짜여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16경기를 통해 선발진을 불펜으로 투입한다고 해서 큰 데미지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2위'에 대한 메리트와 향후 추가편성 일정의 흐름을 고려한 조범현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고, 28일 경기에서 그런 구상이 훌륭한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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