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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 올 스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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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내내 조범현 감독은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팀 운용을 해왔다. 지금 당장 1경기를 지더라도 힘을 아껴 차후 2경기를 잡으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다. 부상자가 그토록 많이 발생했어도, 팀이 추락하지 않을 수 있던 배경에는 조 감독의 이같은 신중한 시즌 운용이 한 몫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 직행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냉정하게 말해 정규시즌 1위 탈환은 사정권 밖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직행이 보장된 할 수 있는 2위 확보다. 때문에 남은 16경기에서 최대한 많이 이겨 SK와 롯데를 따돌려야 한다. 그러려면 구위가 좋은 윤석민이나 로페즈, 서재응 등을 마무리로 투입해서라도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이기는 게 정답이다.
9월 추가일정, 변칙 운용의 호기다
아무리 2위 확보를 위해서라고 해도 선발진의 불펜 기용은 차후 데미지로 돌아올 수 있는 다소 위험한 카드다. 지난 7월에 LG가 주키치와 리즈 박현준을 불펜으로 돌린 것도 당시로써는 연패 탈출 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조범현 감독도 이런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7월의 LG와 현재 KIA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7월은 시즌이 한창 진행중이라서 투수진을 다소 무리하게 운용하고 난 뒤에 회복의 시간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KIA는 시즌을 마무리하는 입장이다. 향후 남은 경기도 16경기 밖에 안 되는 데다 일정도 다소 여유있게 편성돼 투수진들이 휴식을 취할 시간이 있다.
KIA는 다음주 화요일(8월30일 광주 넥센전)과 목요일(9월1일 사직 롯데전), 2경기만 치른다. 이후 6일을 쉰 뒤 8일부터 11일까지 4경기를 치른다. 우천 순연경기가 적었던 탓에 상대적으로 정규시즌에 많은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추가 편성일정이 여유롭게 짜여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16경기를 통해 선발진을 불펜으로 투입한다고 해서 큰 데미지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2위'에 대한 메리트와 향후 추가편성 일정의 흐름을 고려한 조범현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고, 28일 경기에서 그런 구상이 훌륭한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