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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이 없더라구요, 거침이."
이런 박병호를 남다르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몇 년 전까지 넥센 클린업트리오의 한 축을 담당했고, 최근 역대 4번째로 1800안타를 기록한 성실함의 대명사 송지만(38)이 그 주인공이다.
송지만은 FA로 팀을 떠난 심정수, 부상으로 결국 재계약에 실패한 브룸바 등 현대와 넥센으로 이어지는 거포 계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파괴력 넘치는 홈런을 마구 뿜어내는 것 보다는 중장거리형 타자에 좀 더 가까웠지만 96년 한화에서 프로 데뷔 후 팔 부상을 당해 출전 경기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2003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15시즌에서 무려 14시즌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꾸준함의 대명사다.
송지만은 "요즘 (박)병호를 보면 방망이를 돌릴 때 거침이 없다"며 "그게 바로 팀에서 바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병호가 LG에 있을 때도 "하드웨어 하나만큼은 전형적인 거포감인데…"라며 눈여겨봤다는 송지만은 "타격 스킬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만 기회가 고정적으로 주어지다보니 잠재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라 덧붙였다.
적어도 1군에서 주전 라인업으로 뛸 정도의 선수라면 기술이나 힘에선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송지만의 설명. 그것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나 팀 분위기가 실력을 더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다. 송지만은 "시즌 중간에 팀을 이적하면 적응이 쉽지 않을텐데, 선수단에 잘 녹아들고 있다"며 박병호의 자세를 높이 샀다.
그러면서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부상을 늘 조심하고 팀 플레이를 우선시하라는 것. 송지만은 "팀 타선의 중심에 서게되면 상대팀의 견제가 집중된다"며 "이럴 경우 슬럼프는 언제든 찾아오고, 타격 사이클은 늘 위아래로 움직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면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송지만은 "한 타석 한 타석이 마치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타율이 2할5푼에 그치더라도, 홈런은 30개 이상 뽑아낸다는 각오로 결정적인 순간에 강해야 진정한 클러치히터로 성장할 수 있고 동료들의 기대에도 부응할 수 있다. 병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선수"라며 무한 애정을 나타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