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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기에 '호랑이'가 눌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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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전 악몽'에 첫 희생자가 된 것은 김선빈이었다. 김선빈은 7월5일 군산 넥센전에서 2회초 수비도중 넥센 용병타자 알드리지의 타구에 얼굴을 맞아 윗잇몸뼈와 코뼈가 골절됐다. 이튿날 수술을 받은 김선빈은 40일 만인 지난 16일에야 1군에 돌아올 수 있었다. 김상현은 지난 7월29일 광주경기에서 넥센 투수 김상수의 투구에 얼굴을 맞고 왼쪽 광대뼈가 함몰됐다. 수술로 내려앉은 뼈를 들어올린 김상현은 6주 진단을 받았는데, 빨라야 9월 중순에나 돌아올 수 있다.
두터운 친분, 그라운드에서는 반대양상
이처럼 KIA선수들이 넥센전에 많이 다치긴 했지만, 따져보면 두 팀은 8개 구단 중에서 상당히 우호적인 사이다. 선수들간의 친분관계도 나쁘지 않고, 특히 양팀 수장인 조범현(51)감독과 김시진(53) 감독은 같은 대구출신으로 친분이 두텁다. 지난 19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서도 조 감독은 선배인 김 감독의 방으로 찾아와 한참 동안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올 시즌 종료 후 넥센의 마무리 캠프를 지난해까지 KIA가 이용했던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에 함께 차릴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고, 조 감독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우호적인 양팀의 관계와는 달리 경기는 늘 치열하게 진행된다. '승부에는 양보가 없다'는 진리가 늘 그라운드에서는 이뤄지고 있다. 20일 현재까지 KIA는 넥센에 11승6패로 앞서있는데, 이는 KIA의 타 구단 상대전적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KIA 선수들 입장에서는 '승수를 쌓기 좋은 팀'이라는 생각으로 꼭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다. 반면, 넥센 입장에서는 비록 전력차이가 나지만 '계속 끌려갈 수는 없다'는 자세로 승부욕을 불태우게 된다.
경기가 이런 양상으로 진행되다보니 누구도 원치 않았던 부상도 생기게 마련이다. 알드리지의 타구와 김상수의 투구에 각각 얼굴을 맞은 김선빈이나 김상현은 어쩌면 '운 없는 희생자'다. 최희섭은 보다 잘 하기위한 연습과정에서 다친 것이고, 트레비스도 0-2로 뒤지는 상황에서 중심타자인 유한준과 정면승부를 하다 타구가 하필 오른쪽 무릎에 맞았을 뿐이다. 그나마 KIA로서는 넥센과의 경기가 이제 2경기(21일, 30일)밖에 남았다는 점이 위안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