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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민 니퍼트 잡고 마침내 잠실에서 웃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8-19 21:41


19일 잠실에서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안승민이 상대타자를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잠실=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한화 한대화 감독은 19일 두산전을 앞두고 전광판에 찍힌 양팀 선발 라인업을 보자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선발 로테이션도 안되는데 또 용병 투수네." 전날 넥센전에서 용병 선발 나이트 앞에서 쩔쩔 매다가 영패한 아픔이 가시지 않았는데 니퍼트를 상대하자니 걱정부터 앞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니퍼트는 국내 최고 용병 투수다. 시즌 10승째를 노리고 있고, 방어율 2.52(18일 현재)를 자랑했다. 방어율 순위로 치면 KIA 윤석민(2.48)에 2위다.

이에 반해 5승6패를 기록하고 있던 한화 선발 안승민은 방어율 5.51로 올시즌 꾸준히 출전한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저조한 편이었다. 전날 넥센전 4안타로 타선의 침체까지 겪었던 한화로서는 누가봐도 안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역시 공은 둥글었다. '약자' 안승민은 '최강자' 니퍼트를 울렸다.

안승민 "징크스는 깨야 제맛"

안승민은 남다른 독을 품고 이번 두산전을 준비했다. 프로 2년차인 그는 그동안 두산전에 5차례 등판했지만 2패만 안았다. 이것만 해도 신경쓰이는데 잠실구장이니 가슴이 더 쪼그라든다. 잠실구장 7차례 등판에서 역시 1경기도 승리못하고 2패를 기록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울고 가지 않겠다"고 몇번을 다짐했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안승민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두산 첫타자 이종욱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곧이어 고영민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하더니 3번타자 김현수를 2루수 땅볼로 잡으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이후 2, 3회에는 안타 1개씩을 허용했지만 각각 타자 4명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더니 4, 5회에는 연속 삼자범퇴 행진으로 기세를 올렸다. 5-0으로 앞선 5회를 마치고 나서 그의 투구수를 살펴보니 고작 49개 불과했다. 17명의 타자를 상대로 그야말로 고효율 피칭을 한 것이다. 위기도 잘 넘겼다. 6회말 1사 1, 3루에서 김현수에게 스리런 추격포를 허용했지만 이어진 김동주와 양의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승리요건을 갖춘 뒤 박정진에게 마운드를 물려준 안승민은 8안타를 내줬지만 삼진 4개와 맞혀잡는 과감한 피칭으로 두산전-잠실경기 징크스를 동시에 날렸다. 안승민은 "타선과 수비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니퍼트 '위기관리에서 졌다'

니퍼트도 출발은 기분좋았다. 최근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선발등판 경기)를 달리는 중이었고, 잠실경기 3연승을 노리는 참이었다. 지난 6월 18일 6이닝 1실점으로 한화를 혼내준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2회까지 타자 7명을 상대로 버틴 니퍼트 역시 안승민과 마찬가지로 쾌조의 스타트. 하지만 너무 방심했을까. 3회부터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날 넥센전에서 4안타로 치욕을 겪었던 한화 타선이 제대로 독을 품고 달려드니 당해낼 재간이 없어 보였다. 3회 강동우에게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한 니퍼트는 4회 2사 2, 3루 상황에서 이대수와의 대결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이대수의 집요한 커팅 때문에 8구째까지 승부를 내지못하다가 9구째에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결국 니퍼트는 5회 들어서도 장성호와 최진행에게 연속 적시타를 내주면 중심타선이 터지지 않아 걱정하던 한대화 감독의 표정까지 환하게 만들어줬다. 7이닝을 소화한 니퍼트의 투구수는 105개. 6이닝을 75개로 버틴 안승민과 피안타 수(8개)는 같았지만 상대의 방망이를 요리하는 능력에서는 밀렸다.
잠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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