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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이승엽 희비극'의 단골손님 됐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8-15 18:55 | 최종수정 2011-08-15 19:04


이승엽은 한신, 그리고 오카다 감독과 은근히 인연이 깊었다.

이승엽의 이번 세이부전 홈런은 일본 통산 세번째 끝내기 홈런이다. 일본에서 첫 끝내기 홈런은 요미우리 시절인 2006년 4월21일 한신전에서 나왔다. 1-2로 지고 있던 연장 11회말, 굿바이 2점홈런을 터뜨렸다. 당시 한신 사령탑이 바로 오카다 감독이다.

한신은 이튿날 센트럴리그 사무국에 항의문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됐었다. 이승엽이 홈런을 치기 직전인 볼카운트 2-1에서 낮은 코스로 들어온 슬라이더가 볼 판정을 받았는데, 그게 스트라이크였다는 것이다. 당시 오카다 감독은 "이런 장면이 나오면 요미우리의 인기가 떨어진다"며 강력 항의했다. 센트럴리그 사무국은 나중에 항의를 기각했다.

이승엽의 두번째 끝내기 홈런도 한신전에서 나왔다. 역시 2006년 8월1일. 2-2 동점이던 9회말 2사 1루에서 한신 투수 이가와 게이로부터 2점홈런을 터뜨렸다.

끝내기인 동시에 한-일 통산 401호째였다. 그에 앞서 이 경기에서 이미 통산 400호를 달성한 상태였다. 당시 이승엽의 활약에 고무된 요미우리는 협찬 형식으로 2000만엔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승엽이 일본 진출후 황금기를 누리던 시절이다. 반면 상대팀 덕아웃의 오카다 감독은 쓴맛이 입안 가득이었을 것이다.

또하나의 결정적인 안타는 2008년에 나왔다. 당시 한신은 7월까지 요미우리에 무려 13게임차 앞서 넉넉한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힘을 낸 요미우리가 차근차근 따라붙었고 결국엔 10월8일 이승엽의 결승타를 앞세워 단독선두가 됐다. 그해 요미우리의 대역전극은 일본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오카다 감독은 그 과정에서 사퇴했다.

이승엽이 때린 1, 2호 끝내기홈런은 오카다 감독에게 비수가 됐다. 그러나 이번에 날린 일본 통산 세번째 끝내기 홈런은 반대로 오카다 감독을 살려주는 한 방이 됐다. 끝내기 홈런 3개가 모두 오카다 감독과 직결됐다는 것도 우연 치고는 참 묘하다.

짧지 않은 이승엽의 일본 경력에서, 오카다 감독은 희비극을 모두 겪은 인물이 된 셈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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