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10대1 인터뷰> KIA 윤석민, 내 공을 내가 쳐보고 싶다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1-08-15 14:51


'10대1 인터뷰' 대상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깜짝 놀랐다. KIA의 전국구 에이스 윤석민(25)을 지금까지 빠트렸던 것이다.

윤석민은 류현진(한화), 김광현(SK) 등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영건 투수 3인방이다. 올시즌은 윤석민이 '대세'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부상으로 정상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가운데 윤석민은 15일 현재 다승(13승4패1세), 방어율(2.48), 탈삼진(138개) 등 3개 부문에서 단독 1위를 마크중이다. 지난 2005년에 입단한 윤석민은 프로 7년차로 올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공개 입찰)을 통해 해외진출이 가능한 신분이다. 팬들만큼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는 동료 선수들도 윤석민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지난 10일 광주구장에서 만난 윤석민은 "여태 저는 왜 안 불러주셨어요"라며 장난기 가득한 첫 마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공을 원하는 곳에 가볍게 던지는 걸 보면 다른 투수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특히 작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은데 올해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가 있는지?(한화 외야수 이양기)

폼이 좀 바뀌었습니다. 비디오를 보니 폼이 점점 작아지고 있더라구요. 알아서 정말 다행이죠. 폼이 작아지다보니 볼의 힘이 떨어졌고, 변화구의 각도가 좋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폼을 크게 하고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니까 어느 정도 예전폼으로 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을 쉽게 던진다고 하시는데 TV 중계를 보면 제가 봐도 '왜 저렇게 세게 던지지 않나' 싶을 정도로 쉽게 던지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마운드에선 정말 세게 던져요. 어려운 타자는 저한테 특히 강한 타자들인데 SK 박진만, LG 이택근, 롯데 이대호, 삼성 최형우 같은 선배들입니다.

-평소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할 때 어떤 생각을 하며, 특히 위기상황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던지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나요?(한화 투수 장민제)

주로 포수의 사인대로 가져가는데 1,2번 타자는 커트 능력이 좋고, 발이 빠르다 보니 승부를 빨리 가져간다. 대신 중심타자들은 공격적이기 때문에 유인구도 많이 던져. 또 치지 않을 것 같은 타이밍에 직구로 볼카운트를 잡기도 하지. 나는 타자들과의 수싸움이 잘 맞아 떨어지는 편이야. 특별한 비결은 없고 첫 타석에서 치는 걸 보고 두번째 타석 이후부터 판단을 해.

-자타 공인 한국 최고의 우완 투수인데 현재 본인의 실력이 선천적인 부분이 강한지, 아니면 후천적 노력에 의한 모습인지 궁금하다.(LG 투수 김광삼)

저는 선천적인 부분이 강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직구와 느린 슬라이더 2개 밖에 없었어요. 프로에 와서 변화구를 배웠는데 신기하게도 쉽게 배웠습니다. 캐치볼 때 던져보고 바로 경기때 던지면 잘 들어가더라구요. 타고 난 것 같은 것 같습니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포크볼, 싱커 다 그렇게 던졌어요. 연습을 많이 해서 던진 구질이 없어요.(웃음)


-최고의 전성기인 것 같다. 올시즌 몇 승이나 할 것 같냐(LG 타자 이진영)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계산해보니 6~8번 정도 나올 거 같은데 반만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승수보다는 아프지 않고 시즌을 끝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심하게 아파본 적은 없고 염증 정도였어요. 몸관리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아프기 싫습니다.

-한국 무대가 좁아 보이는데 해외 진출한다면 미국, 일본중 어디가 나은가.(롯데 포수 강민호)

어디가 나은가를 떠나서 미국을 가고 싶어요. 이유는 내가 던지는 구질상 미국 타자들에게 자신감이 있기 때문인데요. 직구는 메이저리그에서 그냥 보통 수준인데 슬라이더가 빠르니까 크게 치는 미국 타자들에게 헛스윙을 유도할 자신이 있어요. 체인지업도 있구요. 한국이나 일본 타자들은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가 오면 컨택트로 가잖아요. 파울도 많고, 투구수도 많아지고. 그런데 미국 타자들은 컨택트 없이 풀스윙하기 때문에 타이밍 싸움을 할 자신이 있어요. WBC 베네수엘라전때 한번 해봤더니 그런게 많이 보였어요. 차라리 일본보다 미국이 쉽다고 생각해요. 무대도 미국이 훨씬 크니까 꿈을 위해서 미국에 도전하는 게 맞겠죠.

-해외로 가면 몇 승 정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가?(두산 타자 윤석민, 인창중 1년 선배)

미국으로 간다면 10승은 목표로 잡아야겠죠. 그런데 해외 진출은 조심스러워요. FA라면 몰라도 지금은 구단이 권한이 있는 거니까요. 팀이 선두 경쟁중이고 부상 선수도 많은데 자꾸 해외 진출 이야기가 나오니까 방해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시즌이 끝나면 몰라도 지금은 말할 시기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김상현 선배 사구 이후 몸쪽 공을 던지기가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윤석민 선배도 롯데 조성환 선배 얼굴에 공을 맞히고 나서 매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를 극복했는지 매우 궁금합니다.(넥센 투수 김상수)

시간이 지나면 극복된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나도 아직 극복이 안됐다. 올해 롯데전에 한번 나갔는데 몸쪽을 하나도 못 던지겠더라. 조성환 선배한테는 세게도 못던졌어. 아무리 맞았던 선배가 괜찮다고 위로를 해줘도 극복이 안되더라.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아.

-나는 그게 잘 안되는데, 큰 경기나 위기 상황에서 여유있어 보인다. 긴장될 때 극복하는 강심장의 비결은?(SK 타자 최 정)

프로 7년차인데도 경기전에 많이 떨려. 그런데 마운드에 서면 신기하게 안 떨린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긴장이 아니라 설렌다. 오늘은 제구가 잘 될까, 컨디션이 어떨까, 승을 딸 수 있을까 등 이런 걸로 설레면서 경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 주변에선 소심하고 예민해서 그런지 A형으로 보시는 분이 많은데(실제 혈액형은 B형) 마운드에선 막상 그렇지 않다.

-내가 듣기로는 고교 때 스피드가 140㎞ 언저리였다는데 프로 와서 구속이 증가하고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한 걸로 안다. 비결은?(SK 타자 박진만)

고2때 직구가 125km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잠깐 오신 이용호 코치님이 컨트롤이 좋으니 가운데 보고 전력으로 던져보라고 하셨어요. 이전까지 컨트롤 하는 것만 알았지 어떻게 빨리 던지는지를 몰랐는데 이 코치님 말씀대로 가운데 보고 200%로 힘껏 던졌어요. 계속 그렇게 하니까 140km까지 올라갔어요. 프로에 와서도 200%로 무조건 세게 전력으로 던졌죠. 빠른 팔 스윙이 몸에 입력되면서 나중엔 가볍게 던져도 그 스피드가 나왔어요. 고속 슬라이더는 KIA 입단 첫 해 이광우 코치님한테 배웠죠. 처음엔 컷패스트볼처럼 조금 휘었는데 나중엔 각도가 살아나면서 지금의 공이 된 거죠.

-윤석민이란 투수는 변화구가 정말 다양하다. 만약 나에게 변화구 하나를 가르쳐준다면 어떤 걸 해주고 싶나.(삼성 투수 오승환)

슬라이더. 승환이형 공은 직구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면 타자들이 진짜 손도 못 댈 것 같아요. 지금 슬라이더도 좋지만 스피드가 130km 초반이잖아요. 스피드가 빨라지면 정말 아무도 못 칠 거에요. 비결은 감각적인 부분을 타고 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지금까지 물어보는 투수한테 다 알려줬는데 던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까 진짜 타고 나야한다는 거죠. 승환이형 직구가 타고난 것처럼 말이죠. 고속 슬라이더가 좋다고 하는데 어떨 땐 내공을 한번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내공이 어떻게 오는지.(웃음)

-불펜투수는 고생은 하는데 빛이 나지 않는 보직이다. 개인적으로 불펜 투수가 연봉도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석민이는 예전에 불펜투수로도 뛰었다. 어떤 게 힘들던가.(삼성 투수 권오준)

불펜이든 선발이든 성적이 안나면 힘든 것은 똑같은 것 같아요. 불펜에 2년 있었는데 성적이 괜찮게 나서 힘든 줄 모르고 했어요. 선발하면서 휴식도 많고 딱 정해진 날만 던져 너무 좋았는데 그해 최다패(2007년·7승18패) 했어요. 그땐 정말 다시 불펜으로 가고 싶었어요. 불펜에선 일주일에 3~4번 던지고 세이브도 하고 홀드도 하고 하는데 선발하면서 50~60일 패만 하고 가니까 정말 미쳐버리겠더라구요. 그저께 심수창 선수 연패 끊는 걸 보면서 같이 울 뻔 했어요. 아무리 잘 던져도 그 경기를 져버리면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게 야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전 투수는 방어율로 평가해야 한다고 봐요. 연봉 계약할때 그런 부분은 좀 계산이 돼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베이징 올림픽때 친해졌는데, 얘기해보면 성격이 단순해 보인다. 그런데 마운드에 올라가면 정말 신중하게 던진다. 평상시랑 어찌 그리 다른가.(롯데 투수 송승준)

형이 아직까지 잘 몰라서 그래요.(웃음) 바깥으론 털털한 것 같은데 가까운 사람들은 제가 얼마나 소심하고 예민하고 신중한지 다 알아요. 저 생갭다 섬세한 남자입니다. 그래서 징크스도 많아요. 게임전에 사인하면 꼭 지더라구요. 지난번 8연승 중에 사인을 한번도 안했어요. 그런데 SK 경기(8월5일)서 패하는 날 식당에서 어떤 분이 사인을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했는데 졌어요. 이제 안할겁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