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왜 김성근 감독과의 재계약 확정을 미루는걸까

SK 신영철 사장(왼쪽)과 김성근 감독. 2006년 SK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의 사령탑 취임식에서의 모습. 스포츠조선DB

지난 6월2일의 일이다.

SK 신영철 사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과 재계약을 할 생각이다. 올스타 브레이크때까지 매듭지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SK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감독과의 재계약은 당연히 한다. 설령 올 시즌 최하위를 한다고 해도 재계약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도 SK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재계약 확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 와중에 신 사장은 최근 기존의 입장을 수정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계약을 확정지으려고 했었지만, 올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을 하기로 입장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계약의 또 다른 당사자인 김 감독은 "구단이 재계약을 제시하면 무조건 감독이 수락하는 것은 아니다"며 불만섞인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는 복잡미묘한 뉘앙스가 섞여있다. SK가 김 감독과의 재계약을 확정짓는 것에 대해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연들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표면, 복잡한 이면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 확정이 미뤄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2007년 SK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중위권이던 SK를 일약 최강팀으로 변모시켰다. 최근 4년간 SK는 최정상을 달려왔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이런 빛나는 성적때문에 SK측은 재계약에 관련해 "최고대우는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와중에 SK는 인천지역의 야구붐을 확산시켰다. 2006년 한 해동안 33만1143명의 관중이 들어왔던 인천문학구장은 2010년 98만3886명의 야구팬이 찾았다. 무려 3배 가까이 관중이 늘어난 것. 신 사장의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도 관중증가에 한 몫을 했다. 스포테인먼트의 개념을 도입, 인천구장을 리모델링하면서 그린 존, 바비큐 존, 파티덱 등 야구를 즐기기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70%의 좋은 성적과 30%의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인천의 야구관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겉으로 보기엔 이상적인 결합. 그러나 갈등은 계속 존재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2% 부족한 구단의 소극적인 지원에 대해 그동안 계속 쓴소리를 해왔다. 그는 "4년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생긴 전력누수에 대해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용병, 국내선수 스카우트, 선수단 훈련에 관련해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SK 구단측은 "8개 구단 중 가장 긴 전지훈련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오키나와 재활캠프 역시 우리가 최초로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골자를 중심으로 한 양 측의 갈등은 세세한 부분까지 풀리지 않은 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이지 않는 기싸움

여기서 살펴봐야 될 부분은 왜 SK 측이 김 감독과의 재계약을 올 시즌이 끝난 뒤로 재계약 확정을 미뤘냐는 점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신 사장은 "김 감독과 재계약에 대해 여러 번 논의를 했다. 최근 김 감독이 '나도 재계약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재계약 시점을 올 시즌이 끝난 뒤로 미루게 된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해서는 "페넌트레이스 도중 민감한 재계약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부작용이 생길 소지가 많다고 생각했다.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는 장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감독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그도 SK와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5년간 피땀흘려 닦아놓은 터전에 계속 있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구단이 재계약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나온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재계약과 관련된) 구단의 입장이 자꾸 바뀐다. 그래서 '구단의 재계약 제시에 대해 감독이 무조건 수락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즉,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4년간의 좋은 성적에도 불구, 구단의 적극적인 재계약 의사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해 김 감독 특유의 직선적인 불만표현을 한 것이다.

SK는 이미 2009년 김 감독과 재계약을 한차례 했다. 당시 2008년 시즌 도중 재계약 확정에 대해 발표했고,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 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지었다. SK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시즌 도중 재계약이 확정소식이 대외적으로 퍼지면서, 세부적인 조건들에 대해 김 감독의 요구를 많이 수용했다"고 말했다. SK가 재계약 확정을 미룬 또 다른 이유다.

재계약 확정이 미뤄지자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생긴다. 김 감독의 거취가 워낙 예민한 사안이다보니 최근 야구판에서는 'SK가 김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루머가 돈다. 심지어 특정인사의 기용설도 나도는 형국이다.

신 사장이 말한 페넌트레이스 도중 재계약 언급에 대한 부작용보다, 현실에서는 재계약을 확정짓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악영향이 돌출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신 사장의 이런 협상방법도 이해가 간다. 재계약에 관한 문제는 SK 측의 고유영역이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재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조건을 달아 계약을 제시할 수도 있다. 때문에 신 사장은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다. 때문에 많은 고민 끝에 올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에 대해) 세부적인 부분까지 결정짓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류동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