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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데이트날, 잠깐 얼굴만 내비치고 헤어진 꼴이 됐다.
공 3개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니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김성태가 아쉬움을 진하게 내뱉은 이유는 또 있었다. 후반기 들어 김시진 감독과 한 약속 때문이었다. 올시즌 김성태는 89⅔이닝을 던져 38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9이닝 한 경기당 3.81개의 볼넷을 허용한 셈. 김 감독은 김성태가 선발로 나가 볼넷을 내줄 경우 1개당 수염 5개를 뽑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성태는 절대 볼넷만큼은 내주지 않겠다고 김 감독에게 다짐했다. 이날도 아침부터 수염을 깔끔하게 미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며 마음 속으로 '볼넷은 절대 주지 않는다'며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이종욱을 상대할 때 초구부터 공을 릴리스하기 직전 오른쪽 어깨 뒤쪽 근육에 불편한 느낌이 찾아왔다. 단순한 느낌에 불과하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만에 하나 부상일 경우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