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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떠난 카도쿠라, 방출에 얽힌 사연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7-22 11:11 | 최종수정 2011-07-22 11:11


삼성 카도쿠라는 이미 6월 중순 이후 구위가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카도쿠라가 지난 5월말 대구구장을 찾은 딸을 업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일본인투수 카도쿠라는 이미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삼성이 21일 카도쿠라 켄을 웨이버공시했다. 공식적으론 성적 부진이 이유였다. 올해 16경기에 등판, 5승6패에 방어율 4.07을 기록중이었다. 타선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하는 투수였다. 우려될 만큼 방어율이 나쁜 투수는 아니었기에 방출 결정은 다소 이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해진 수순이었고, 카도쿠라는 이미 6월 이후 조금씩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투구폼, 이미 흐트러져

지난해 연말 카도쿠라는 왼쪽 무릎 부상 문제로 인해 SK 유니폼을 벗었다. 삼성이 카도쿠라와 접촉한 뒤 메디컬테스트를 실시했는데 당시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 4월 KIA와의 개막 2연전때 등판한 카도쿠라는 2이닝 동안 2홈런을 허용하며 8실점(1자책)했다. 시작부터 위태롭게 보였지만, 4월 중순 이후 안정감을 찾았고 삼성 선발진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5월18일 대구 넥센전에선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6월 중순 이후 갑자기 다른 투수가 됐다. 본래 최고 147㎞ 안팍의 직구를 던지던 카도쿠라가 갑자기 구속이 141㎞ 근처로 떨어졌다. 변화구 제구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카도쿠라는 피칭때 몸의 밸런스를 잘 잡기 때문에 포수를 향한 방향성이 매우 좋은 투수였다. 부드러운 투구폼이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공을 던진 뒤 '벌떡벌떡 일어나는' 증상이 나타났다.

당시 삼성 관계자는 "카도쿠라는 아니라고 하지만 무릎이 아픈 것 같다"고 말했다. 내딛는 왼쪽 무릎이 하중을 견뎌내지 못해 공을 던질때 피니시 동작이 자연스럽지 않고 마치 골프에서의 헤드업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중심이 흐트러지니 제구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우려의 눈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쿠라형'도 용병이다

삼성이 이같은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한 건 아니다. 개막후 삼성 관계자는 "카도쿠라가 성실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좋은 투수이지만, 어쨌든 용병은 용병이다"라고 말했다. 통증 재발의 가능성이 분명 있으니, 그리 되면 마냥 기다릴 수 없고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전훈캠프부터 어린 투수들과 친해진 카도쿠라는 '쿠라 형님'으로 불렸다. 카도쿠라가 그다지 힘 들이지 않고도 공에 회전력을 높여 던지는 걸 보면서 젊은 투수들은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선수들간의 얘기다. 구단은 철저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질 수밖에 없다. "성격 못된 선수라도 성적을 내는 게 용병의 미덕"이라고 모든 구단이 얘기한다.

삼성의 2011시즌은 한가하지 않다.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한다. 현재로선 KIA와 SK가 경쟁자다.

카도쿠라는 다른 팀들에겐 1점대 혹은 2점대의 좋은 상대방어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KIA에겐 3경기에서 23.82로 무너졌고, SK에게도 4.97로 본인 평균보다 처졌다. 삼성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카도쿠라는 좋은 마인드와 피칭 기술을 갖고 있어 훗날 코치가 되면 또한번 능력 발휘를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은 두번째 대체용병 투수를 구하고 있다. 좋은 자원을 구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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