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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 이승엽이 드라마와 같았던 전반기를 끝냈다. 이제 좀 이승엽다워졌다.
스프링캠프에서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으로부터 "T-오카다보다도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던 이승엽은 초반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주전 1루수로 6번타자로 나섰던 이승엽은 안타가 없고 삼진만 늘어나자 선발에서 제외되기 시작했고 결국 5월 9일부터 21일까지 13일간 2군 생활을 하기도 했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방망이를 참아낸 선구안이 부활의 원동력. 지난해 홈런왕인 4번 T-오카다가 극심한 부진을 보이자 오카다 감독은 지난 19, 20일 지바롯데전서는 이승엽을 4번으로 기용했다. 이승엽은 20일 경기서 비록 팀은 패했지만 4타수 3안타를 치며 오카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7월에 타율 3할2리(53타수 16안타)를 기록하며 전반기를 2할2푼7리의 시즌 최고 타율로 마감. 최근 6경기서는 타율이 무려 4할7푼1리(17타수 8안타)나 됐다. 후반기의 활약을 기대케하는 부분이다. 아직 팀에서 원하는 장타는 많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정확도가 높아진 만큼 장타도 곧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의 전반기 성적은 분명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주전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승엽은 2할2푼7리에 6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팀내 홈런 2위이고 타점은 5위다. 팀 전체의 극심한 타선 부진 때문이다. T-오카다는 타율 2할4푼3리에 9홈런, 50타점을 올렸고, 3번 고토는 2할4푼5리에 3홈런, 24타점이다. 발디리스도 2할6푼5리에 6홈런, 23타점에 그쳤다.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되찾은 이승엽이 남은 68경기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비극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승엽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