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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19일 현재 거둔 46승(2무31패) 가운데 26승을 역전으로 챙겼다. 8개 팀 중 1위다. 반면 역전패는 13회로 두산과 함께 가장 적다. 가히 '역전의 명수'라는 칭호를 붙일 만하다.
여기에 강력하게 도전장을 던지는 팀이 있다. "삼성이 '역전의 명수'라면, 우리는 '끝내기의 달인'이다"라고 주장하는 한화다.
역전의 명수? 그까이꺼!
삼성이 역전승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면 한화는 끝내기와 연장 승부 부문에서 발군의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올시즌 끝내기 승부는 19일 한화와 넥센의 끝내기 승리를 포함해 총 24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한화가 7차례를 기록했다. 롯데(5회), 삼성, LG, 넥센(이상 3회)에 비해 여유있는 선두다. 끝내기 가운데 가장 짜릿한 진수라는 끝내기 홈런 기록 총 4회 가운데 2회가 한화의 몫이었다. 한화는 연장전에서도 강했다. 올시즌 연장전에서 3승1무1패의 성과를 거두며 승률 0.750을 기록, 삼성, 롯데, 넥센(이상 0.600)을 여유있게 제치면서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삼성이 타이틀을 쥐고 있는 역전승 부문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역전으로 19승을 챙겨 삼성에 이어 2위다. 삼성의 26승에 비해 7승이나 적지만 현재 36승(1무45패)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역전승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니 한화 야구가 재미있어졌다는 소리를 올들어 부쩍 자주 듣게 된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야구판의 명언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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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을 두려워하니 된다
한화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무서운 근성을 발휘하게 된 데에는 팬들의 채찍을 '약'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2시즌 동안 최하위에서 맴돌았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질타가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질타가 '근성이 없다', '패배의식에 젖어있느냐'는 것이었다. 한화 구단은 올시즌 모토를 '팬을 위한 야구'로 잡고 '수리수리 독수리' 캠페인을 벌이는 등 떠나간 대전 민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8개 구단중 처음으로 '팬을 위한 행동수칙 10계명'까지 제정해 라커룸에 붙여놓고 선수들의 의식개조를 독려했다. 한대화 감독은 선수단 미팅 때마다 "질 때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고 주입했다. 끝내기는 홈경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드라마다. 한화는 2년 연속 꼴찌하면서 홈 팬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야왕'의 용병술도 있다
한화 끝내기 승리의 배후에는 '야왕' 한대화 감독의 절묘한 대타 승부수가 있었다. 7차례의 끝내기 승리 가운데 대타, 수비교체를 통해 효과를 본 경우가 5차례에 달한다. 9회에만 대거 4득점하며 승리한 19일 KIA전에 대표적인 사례. 9회 첫 타자 이양기 타석에서 한 감독은 좌타자 고동진을 대타로 기용했다. 그러자 KIA 조범현 감독은 우완 이상화 대신 좌완 심동섭으로 교체했다. 이에 한 감독은 고동진 대신 우타자 박노민을 올리는 것으로 응수했다. 박노민은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했고, 이후 2사 만루의 찬스. 한 감독은 다시 KIA 잠수함 투수 손영민의 상대로 전현태를 대타로 썼고, 전현태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면 최진행의 끝내기 안타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전현태는 지난 5월 6일 넥센전에서도 9회말 대타로 나와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지난 5일 LG와의 연장 12회 접전에서는 10회부터 수비 교체된 포수 이희근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 타석에서 2사 만루의 압박을 적시타로 해소했다. 한 감독은 "필요할 때 선수들이 잘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