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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대표적 팀컬러는 지옥훈련으로 대변되는 일명 '실미도 야구'였다.
SK 부진의 원인을 논할 때 종종 언급되는 것이 '실미도 야구'에 대한 논란이다.
2007년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4년 넘게 쉴 틈없이 달려오면서 주전 선수들이 올시즌 중반부터 지쳤다는 의미다.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친 것이 누적되면서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근우 박재상 김강민 등 주요 야수들이 잔부상으로 들쭉날쭉한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지옥훈련을 온 몸으로 헤쳐나갔던 선수들이다. 이들에게는 '실미도 야구'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피로 누적도 많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은 객관적 전력의 한계다. SK는 그동안 확실한 플래툰 시스템(한 포지션에 두 명 이상의 선수를 경쟁시키는 것)을 확립시켜 전력을 극대화한 모범사례였다. 하지만 올 시즌 이런 부분이 없어졌다. 전력보강은 없고, 누수는 심했다. 주전 유격수 나주환과 쓸만한 백업요원 이재원, 모창민은 군에 입대했고, 김재현은 은퇴했다. 삼성에서 박진만을 영입했지만, 나주환의 공백을 메우는 이상의 효과는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순발력이 급격히 느려졌던 박진만이 쓸만한 유격수로 재탄생한 것은 그나마 SK 특유의 지옥훈련 때문이다.
또 하나 지적할 부분은 시즌 중반이 되도록 해결되지 않는 용병 문제다. 짐 매그레인은 어차피 한계가 보였던 고육지책의 용병이었다. 좋은 용병을 데려와 팀 전력의 핵심으로 삼은 KIA와 LG의 사례를 보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된 SK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실미도 야구'의 한계이든, 객관적인 전력의 한계이든 올 시즌 SK 야구는 순탄치 않다. 반면 다른 팀들은 '타도 SK'를 외치며 칼을 갈았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SK의 고전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