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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의 가르시아, 카리스마의 호세, 실속의 우즈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7-01 11:27 | 최종수정 2011-07-01 11:27


굳이 비교를 하자면, 카리스마는 펠릭스 호세가 최고였다. 꾸준함 측면에선 타이론 우즈가 실속파였다. 카림 가르시아는 나머지 요소도 어느 정도 갖췄지만, 특히 인기 측면에서 최고다. 그래픽=김변호 기자 bhkim@sportschosun.com

가르시아의 복귀 효과는 펠릭스 호세를 넘어설 정도다.

한국에 돌아온 한화 가르시아는 3주간 14경기에서 타율 2할5푼9리, 6홈런, 23타점, 장타율 6할3푼을 기록중이다. 무엇보다 그가 쏘아올리는 홈런 하나하나가 영양가가 풍부하다.

이쯤에서 기억나는 외국인타자가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뛰었던 역대 최강 용병 타자로 펠릭스 호세를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4시즌을 뛴 호세는 통산 타율 3할9리, 95홈런, 314타점을 기록했다.

컴백 효과, 가르시아가 낫다

가르시아는 롯데에서 뛴 펠릭스 호세와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한번 한국을 떠난 타자가 팬들의 열망 속에 되돌아온 사례라는 공통점이 있다.

호세는 99년 롯데에서 타율 3할2푼7리, 36홈런, 122타점으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 때문에 2000년에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고 2001년에 롯데로 돌아왔다. 그해에 3할3푼5리, 36홈런, 102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또다시 미국으로 돌아갔고 2002년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2년간 뛰었다.

2006년에 호세의 두번째 롯데 컴백이 이뤄졌다. 2할7푼7리에 22홈런, 78타점. 2007년에는 23경기만 뛰며 2할5푼6리, 1홈런, 12타점에 그친 뒤 퇴출됐다.

두번의 컴백때 호세가 첫 14경기에서 거둔 성적을 살펴보자. 우선 2001년에는 타율 3할2푼7리, 4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2006년에는 첫 14경기에서 2할8리에 2홈런, 5타점이었다. 첫번째 복귀에선 팬들의 열망에 부응했지만, 두번째는 초기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가르시아는 복귀후 첫 14경기에서 6홈런과 23타점이다. 홈런도 홈런이거니와, '미스터 스리런'이란 닉네임답게 타점 생산 능력이 눈부시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가르시아가 호세의 컴백 효과를 앞섰다.

인기의 가르시아, 실속의 우즈, 카리스마의 호세

또 한명의 엄청난 타자 용병이 있었다. 98년부터 2002년까지 두산에서 뛴 타이론 우즈는 한국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실속파 용병'이었다. 본래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었던 우즈는 한국에 와서 성공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대박을 터뜨린 케이스다.

꾸준함에선 우즈를 따라갈 외국인선수가 없었다. 통산 타율 2할9푼4리에 174홈런, 510타점. 잠실구장 우중간 펜스 너머에 '우즈 존'이 생길 만큼 밀어치는 홈런에도 능했다. 한국 컴백 케이스는 아니다. 하지만 기복 없는 성적 덕분에 실속면에서 역대 최고 용병 타자로 불릴만 하다.

가르시아, 우즈, 호세 가운데 카리스마는 단연 호세가 돋보였다. 2001년에 한시즌 최다 볼넷(127개)과 시즌 최고 출루율(0.503), 최다 연속경기 출루(63게임) 기록을 세웠다. 그의 카리스마를 입증하는 기록들이다. 좋은 사례는 아니지만, 호세는 빈볼 시비때 마운드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등 야수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루 주자로 있다가 마운드로 뛰쳐나가던 호세를 이승엽(현 오릭스)이 붙잡으려 한 적이 있다. 당시 이승엽은 "몸통을 잡으려 했는데 훅 하고 뛰쳐나가는 기세를 도저히 힘으로 말릴 수 없었다"고 훗날 말했다.

인기 측면에선 가르시아가 최고다. 호세와 우즈는 같은 팀으로 복귀했거나 한 팀에서만 뛰었기 때문에 팬층이 국한된 느낌이 있다. 물론 다른 팀 팬들도 그들의 강력함을 인정했지만, 보편적인 인기는 아니었다.

가르시아는 롯데 팬들에겐 아쉬움과 향수를, 한화 팬들에겐 강렬함과 희망을 주면서 큰 폭의 인기를 얻고 있다. 가르시아가 결정적인 홈런을 치면, 타구단 팬들도 즐거워한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우울한 팀'이었던 한화다. '야왕' 한대화 감독의 '지름길' 코멘트와 가르시아의 맹활약 덕분에, 한화는 '다이내믹한 팀'의 대명사가 됐다.

가르시아, 우즈, 호세의 공통점

우즈와 호세가 활약하던 시기는, 어찌보면 한국프로야구가 타고투저 현상을 보이던 즈음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가르시아는 더 어려운 투수와 구질을 상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올시즌을 마친 뒤 가르시아의 최종 성적이 우즈나 호세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어쨌거나 한화는 지금까지 분위기만으로도 가르시아 영입 비용의 절반을 이미 뽑았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이들 세 타자의 공통점이 있다. 한국 생활을 즐겼다는 점이다. 호세는 "한국이 너무 좋다. 해운대에도 자주 놀러간다"고 말하곤 했다. 우즈도 한국인의 정감있는 문화를 좋아했다. 훗날 일본으로 건너갈 때, 우즈의 부인 셰릴이 "나는 한국에서 살고 싶은데…"라고 말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가르시아는 아예 대놓고 한국 음식과 음주 문화를 좋아한다는 뜻을 밝히곤 한다. '소맥 폭탄주'는 기본이다. 한국에 돌아온 뒤 삼겹살부터 먹었다는 소식에서 왠지 친근감이 느껴진다.

아직 '배트 두동강 내기', '탱크 보디체크' 등 가르시아 특유의 쇼맨십과 플레이는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과거 가르시아쪽으로 우전안타성 타구를 친 타자가 1루에서 아웃된 일도 있었다. 조만간 '가르시아표 어시스트'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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