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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볼러(땅볼유도형 투수)들이 웃는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6-28 12:13 | 최종수정 2011-06-28 12:16


KIA 용병 투수 트레비스는 올 시즌 땅볼/뜬공 비율이 가장 높은 전형적인 '그라운드 볼러'다. 트레비스는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싱커성 투심패스트볼을 앞세운 공격적인 몸쪽 승부로 타자들의 범타를 이끌어내며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그라운드 볼러(땅볼유도형 투수)'들이 웃는다.

올 시즌 프로야구 마운드의 주도권은 땅볼 유도비율이 큰 그라운드 볼러들이 잡고 있다. 특히 이들 그라운드 볼러들은 최근처럼 습도가 많은 날씨에서는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땅볼유도형 투수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적극적인 몸쪽 승부, 타자를 지치게 한다.

6월27일 현재, 땅볼/뜬공 비율 상위 1~3위는 전부 좌완투수들이다. 1위 트레비스(KIA)는 땅볼(87개)/뜬공(48개) 비율이 1.81로 가장 높다. 2위 주키치(LG)와 3위 장원준은 각각 1.69(100/59)와 1.59(113/71)다. 이들은 다승부문에서도 상위권에 올라있다. 장원준은 8승으로 윤석민 박현준과 함게 공동 1위고, 6승을 거둔 트레비스는 공동 7위권이다. 주키치는 승운이 뒤따르지 않아 5승(3패)에 머물고 있으나 올해 LG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이밖에 땅볼/뜬공 비율 4위(1.46, 114/78)인 김선우(두산) 역시 6승을 거뒀고, 5위(1.40, 120/86) 로페즈(KIA)도 7승이나 챙겼다.

이들 땅볼유도형 투수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커터나 싱커, 슬라이더 등 빠른 계열의 변화구를 지녔다는 점. 게다가 한결같이 몸쪽 승부를 즐긴다. 특히 땅볼/뜬공 비율 톱3인 좌투수들은 오른손 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공격적 승부로 재미를 봤다.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에 대해 "이전까지 왼손 투수들은 오른손 타자들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변화구를 잘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트레비스와 주치키 등은 커터나 슬라이더를 과감하게 오른손 타자의 몸쪽에 붙여 땅볼을 많이 이끌어내고 있다. 토종 투수 중 대표적인 그라운드 볼러인 김선우 역시 마찬가지 케이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습기 많은 날씨에 더 강해진다.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는 선발투수들이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다. 우천 취소 경기로 인해 휴식을 취하면 지친 어깨는 다시 싱싱하게 회복된다. 등판 간격이 들쭉날쭉해져 밸런스를 잃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면 훨씬 좋은 구위를 보여줄 수 있다. 더불어 습도가 많은 날씨도 장점이다. 경기 중 비가 퍼붓는 경우가 아니라면, 적당히 촉촉한 날씨는 투수들에게 유리하다. 손과 공 사이의 마찰력이 늘어나면서 공을 챌 때 더 많은 회전을 줄 수 있기 때문. 양상문 해설위원은 "경기 중에 비가 내리는 것은 투수들에게는 악재가 되지만, 경기 개시 전에 비가 내린다거나 해서 습도가 높아지면 호재가 된다. 마찰력 증가로 인해 공의 스피드나 변화폭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요즘처럼 등판 간격이 길고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변화구를 통해 땅볼을 유도해내는 그라운드 볼러들이 더욱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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