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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잊어라
이종범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1할3푼6리로 약했다. 처음 상대하는 주키치에게 당할 가능성도 많았다. 하지만 이종범은 첫 타석부터 적극적으로 덤벼들었다. 1,2회 KIA 타자들은 주키치를 상대로 단 한개의 안타도 뽑지 못했다. 3회에도 이종범에 앞서 두 명의 타자는 범타로 물러났다. 2사 이후 이종범은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종범의 첫 안타가 갖는 의미는 컸다. 주키치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유인구로 체인지업을 던지다 안타를 맞았다. 주키치는 의외로 다혈질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위 타자에게 안타를 맞자 다음 타자들과 성급한 승부를 했다. 게다가 힘을 앞세운 직구로 승부하려고 했다. 이종범에 이어 이용규가 2루타를 쳐 2사 2,3루에서 2번 김선빈은 주키치의 직구를 노려쳐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몸쪽 공은 잊어라
경기 후 이종범은 주키치 공략법을 밝혔다. 그는 "주키치가 몸쪽 승부를 잘 하기 때문에 몸쪽 공은 커트한다는 생각을 하고 바깥쪽과 체인지업만 노렸다"며 "바깥쪽만 노리고 있으면 몸쪽 공은 커트가 가능하다. 첫 타석에서 체인지업을 받아쳤고, 이후엔 바깥쪽으로 직구를 쳐 안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이날 올시즌 12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마지막 선발 출전도 1주일전이었다. 고참인데다 경기에 자주 빠지게 되면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야구천재' 이종범은 그만의 생존법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구질을 공략하기 보다는 상대 투수의 투구를 분석해 단순한 노림수로 공략하는 방법이었다.
잠실=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