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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부산 경찰이란 게 부끄러워" 치안성과 1위에도 고개 못 들어

기사입력 2018-12-26 10:01

[연합뉴스 TV 제공]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에서만 경찰 생활 20년 넘게 했지만, 올해만큼 부산 경찰이란 사실이 부끄러웠던 건 처음입니다."

부산경찰청 한 간부 경찰관이 밝힌 2018년 소회다.

부산에 근무하는 경찰관에게 올해는 지우고 싶은 한 해다.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경찰관 비위 사건이 줄지어 터졌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장이 시민에게 공개 사과하고 조직 기강을 다잡겠다고 했지만, 4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수장의 불명예 퇴진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부산경찰청은 '치안성과 우수 경찰관서 평가'에서 전국 17개 지방경찰청 중 1위를 차지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지만, 빛이 바랬다.

◇ 뇌물 요구에 응급실 폭행·공연음란·키스방 운영

지난 1일 오후 5시 20분께 화물차 운전기사 A씨는 부산 강서구 한 도로에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을 훨씬 웃도는 혈중알코올농도 0.263%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음주측정 중 화물차를 끌고 달아났으나 도로 앞을 막고 있던 순찰 차량 범퍼를 충격한 뒤 붙잡혔다.

조사를 맡게 된 B 경위는 사고 6일 뒤 음주운전과 교통사고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된 A씨와 통화를 하면서 뇌물을 요구하는 듯한 말을 한 의심을 받는다.

경찰은 B 경위가 화물차 기사 전과를 언급하며 '순찰차가 파손되는 등 혐의가 중해 구속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200만원을 내면 단순 음주 사고로 처리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고 그를 직위 해제하고 감찰 조사하고 있다.

B 경위는 "순찰차 사고는 인적 피해가 없고 파손 부위 배상이 이뤄지면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디"고 해명했다.

지난달 1일 부산 한 경찰서 소속 C 경정(과장급)은 술에 취해 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에게 욕설하고, 말리는 병원 직원과 의사 등을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지난달 말에는 부산 한 경찰서 지구대장이 여성 경찰관 3명 등 경찰관 43명이 포함된 업무용 단체대화방에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가 직위 해제됐다.

지난 10월 3일에는 D 경위가 술에 취해 백화점 후문에 놓여있던 매장 납품 상자를 뜯고 운동화 3켤레를 훔쳤다가 잡혔다. 지난 8월 31일에는 E 경정이 길거리에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는 등 음란행위를 하다가 입건됐다.

올해 6월에는 F 경장이 학교정화구역 내에서 유사 성행위 업소를 운영한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달 G 순경은 면허취소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48%에서 승용차를 몰다 단속에 적발됐다.



◇ 부하 경찰관은 내 맘대로?…각종 갑질 범죄

올해 부산 경찰에서는 상급자가 부하직원을 상대로 각종 갑질을 했다가 감찰조사나 징계를 받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소속 한 총경(경찰서 서장급)은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나오라고 압박하고, 간부급 부하직원에게 대학생인 자신의 딸 과제를 대신 해달라고 한 의혹이 제기돼 감찰조사를 받았다.

경정급인 부산 한 경찰서 경무과장은 전립선 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소변 통을 사무실에 두고 볼일을 보고 이를 청소미화원이나 부하직원들에게 치우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또 술을 마시고 넘어져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경무과 직원들이 돌아가며 병간호하도록 지시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그에게는 부하직원에게 출퇴근길 카풀을 강요하고, 자신의 사무실에 운동기구를 들여놓을 수 있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사결과 경무과장과 부하직원들 사이에 세부적인 부분에서 상호 입장이 맞서긴 했지만 큰 팩트 자체는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정급인 부산 한 경찰서 지구대장은 잇단 경찰비위사건 보도에 "우리가 잘못한 것은 언론에 제보한 것뿐"이라며 내부고발자를 탓하는 발언을 했다가 문책성 인사 조처를 당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잇단 비위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새 출발 계기로 삼겠다"라며 "경찰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고 몸가짐을 바로 해 시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라고 말했다.

osh9981@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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