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용 꼬리'보다 '뱀 머리' 택한 박지성의 자존심과 QPR의 미래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7-08 10:26 | 최종수정 2012-07-08 10:26


박지성.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

5월 태국 자선경기 때까지만 해도 박지성(31)의 입장은 변함이 없어 보였다. 맨유에서의 은퇴를 고수했다. 지난시즌 말부터 팀 내 입지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 발 앞서 있는 쪽은 박지성이었다. 이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계약기간 중 선수가 원하지 않으면 이적 또는 임대가 성사되지 않는다. 2007년 1월 토트넘 소속이던 이영표(밴쿠버 화이트캡스)가 이탈리아 AS로마 이적을 거부하고 팀에 잔류했던 것처럼. 지난해 여름 프랑스 릴 이적 직전 잉글랜드 아스널로 급선회한 박주영도 같은 사례다. 또 박지성은 2011년 8월 재계약할 당시 소중한 옵션도 넣었다. 내년시즌 40% 이상을 소화하면 계약이 1년 자동 연장되는 것이었다. 이 옵션이 성사될 경우 박지성은 맨유에서 1년 정도 더 뛴 뒤 은퇴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런데 박지성의 계획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맨유 은퇴의 꿈을 접고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7년 만에 벗는 맨유 유니폼이다. 6일 밤부터 급부상한 박지성의 이적 소식은 일파만파 커졌다. 7일 오전 영국 공영방송 BBC의 확정 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이미 5일 QPR에서 영입했다고 밝혔던 선수가 박지성으로 압축됐다. 유럽 이적 시장에 밝은 관계자도 "박지성의 결정도 끝났다. QPR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라며 이적을 뒷받침했다.

박지성의 QPR행은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동안 쌓은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지성은 최고의 정점에서 유니폼을 벗길 원했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 단, '팀 내 입지가 곤란해지지 않는다'는 조건부 소망이었다. 충족되지 않았다. 애슐리 영,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라이언 긱스 등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미드필드에 일본 출신 가가와 신지까지 영입됐다. 지난시즌 영이 가세하면서 출전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감안했을 때 주전경쟁은 더 악화가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시즌 40% 이상을 소화할 수 있냐는 것이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는 이 부분을 걱정했었다. "맨유가 지성이의 1년 자동 연장 계약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면 출전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이 관건이다. 구단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맨유는 QPR의 요구 조건을 수용했다. 박지성의 이적료는 500만파운드(한화 약 88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200만파운드(35억원)로 추정했다.

맨유 측의 아쉬움은 뒤로 한다. 박지성은 선수로 얼마남지 남지 않은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준 QPR이 고맙다. 박지성은 팀 내 최고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적극적인 아시아 마케팅을 천명했다. 아시아선수 중 가장 이름 값이 높은 박지성은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박지성이 주급 6만파운드(약 1억원)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도 고액 연봉자 중 한 명이었다. 팀 내 톱5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80억원(추정치) 수준이었다.

마크 휴즈 QPR 감독의 구애와 야심도 박지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휴즈 감독이 지난달 박지성의 휴가기간 중 은밀하게 선수와 만나 얘기를 나눈 뒤 긍정적인 답변을 얻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휴즈 감독은 QPR이 지금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팀이지만,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박지성을 그려넣었을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은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는 것을 택했다.

8일 출국 예정이었던 박지성은 영국 언론에 QPR 입단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온 직후 하루 일찍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9일에는 페르난데즈 구단주와 휴즈 감독이 동석한 가운데 전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