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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트업' 조태관 "뭘 해도 짠한..한지평 같은 역할 해보고파"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12-08 12:49


사진=씨제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조태관(35)이 '스타트업'으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폭발적 시청률과 관심을 받았던 KBS2 '태양의 후예'(2016) 이후 가장 큰 화제성이다. 조태관은 6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박혜련 극본, 오충환 연출)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린 드라마로, 조태관은 세계적 포털사이트 투스토의 글로벌 파트너쉽 디렉터이자 M&A 전문가인 알렉스를 연기하며 자신의 옷을 입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드라마에서 알렉스는 놀라운 기술력으로 데모데이에서 1위를 차지한 삼산텍의 주식 100% 인수라는 파격적 제안을 체결하고, 계약이 체결되자마자 서달미(배수지)와 정사하(스테파니리)를 해고한 채 엔지니어 3명만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본사로 데려가겠다는 폭탄선언을 하며 극에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스마트한 면모부터 카리스마 있는 M&A 전문가의 면모를 동시에 뽐낸 알렉스에 조태관 역시 푹 빠졌다.

조태관은 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충환) 감독님과 만나 처음 얘기를 들어보는데 청년들이 고군분투하고 성공하는 이야기여서 너무 좋았다. 그중에서도 IT 전문가이자 실리콘밸리,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스타트업의 이야기는 처음인 것 같았고, 그중에서도 참신한 소재라 좋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의 소재 자체가 너무 신선해서 좋았다"며 "1회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공감이 됐다. 할머니와의 이야기나 청년들의 이야기도 공감이 됐다"고 했다.

조태관은 "알렉스라는 캐릭터는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도 20대에서 30대로 들어서며 앞만 보고 달리고, '이래서 될까'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지만, 그런 것을 통해 하루 하루를 집중하고 사는 것 아니냐. 그런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됐다. 확실한 미래가 없는 상태에서 달리는 청년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배우이자 사업가, 캐나다 명문 대학인 토로토 대학교 출신이라는 이력에 가수 조하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연예계 금수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 인물. 그러나 조태관은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좌절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던 시절 역시 있었다는 얘기를 털어놨다. 조태관은 "저도 카메라 뒤에서 뭐를 만들어내는 공부를 하면서도,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서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기도 했다. 그 와중에 외국에 있었으니 자신의 돈은 자신이 벌어야만 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립스틱이나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는 지렁이 잡는 일도 해봤고 넓은 농장에서 추운 겨울을 지내는 말들을 위해 볏단을 쌓는 일도 했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도 일해봤고 지붕 위에 올라가서 하는 집을 짓는 일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파이팅이 넘쳤다. 손이 다치기도 하고, 눈물, 콧물을 흘리기도 했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도 일어날 힘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씨제스 제공
드라마 속의 상황도 공감을 줬다. 조태관은 "청년들이 열심히 다니면서도 힘들지 않나. 확실한 미래가 없는 상태에서 임하는 것들이 공감이 되더라.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실한 믿음도 없지 않나. 남도산(남주혁)의 부모님도 남도산에게 '똑바로 하고 있느냐'고 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대화이지 않나. 그런 부분이 공감됐다. 모든 부분에서 그런데, 결과만 보고 열심히 하는 것이 어려운 거 같다. 과정을 즐기지 않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좌절하지 않겠나. 배우라고 치면 드라마가 뜨거나 캐릭터가 뜨지 않더라도 즐거운 몇달을 보냈다는 느낌이 들면 되는 거 같아서 내 인생에 있어서는 그저 과정을 즐기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은 조태관에게 '즐거운 과정'을 선물한 작품. 조태관은 "이번 작품은 즐거웠다. '연기가 일이니 해야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때도 있었다. '스타트업'은 참 즐거웠던 작품이다. 배우로서 마치 그림에 색을 칠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같았는데, 그저 '컵을 잡는다', '커피를 마신다'는 글이라고 해도 알렉스를 중심으로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만들어가고, 또 감독님의 훌륭한 디렉션을 받았을 때 잘 나온 거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마음에 드는 장면은 서달미(배수지)가 멘토를 고르는 장면이었다. 사실 대사 없이 끝나는 신이었고 리액션도 담기지 않는 거였는데, 내가 그냥 혼자 뭐를 할지를 생각해서 넣었다. '당연히 나지'라는 생겄터 기대와 다른 결정이 됐을 때의 리액션을 연구해서 했는데, 감독님이 이걸 담아주시고 방송에 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사진=씨제스 제공

드라마가 큰 화제성을 기록했던 덕분일까. 조태관도 관심을 덩달아 받았다. 조태관은 "반응이 피부로 느껴질 때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알아보지 못할 수 있는데도 저를 알아보시더라. 또 저를 마주치는 분들이 '드라마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씀해주시고, SNS를 통해서도 많은 반응이 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많이 올랐고, 한국 밖의 분들도 많이 팔로우를 해주셨다. 이국적 캐릭터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 밖의 분들이 저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도 보내고 댓글도 많이 남겨 주더라. '태양의 후예' 때 팔로워가 폭증했다가 그 이후 뚝 떨어졌는데, '스타트업'을 통해 최소 몇만 명의 팔로워는 늘어난 셈이다"라고 했다.

팬들의 사랑은 감사한 일이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조태관은 "그런데 요즘에는 제 번호를 파는 분들이 있다더라. 해킹을 해서 제 번호를 알아낸 외국의 한 팬이 핸드폰 번호를 팔고, 그래서 외국으로 보이는 번호로 전화가 자주 온다. 거절을 눌러 꺼버리기도 하지만, 너무 잦아지니 이젠 번호를 한 번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라며 "해외의 어떤 팬분이 '당신의 번호가 얼마에 팔리고 있다'고 알려줘서 이 사실도 알게 됐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큰 화제성으로 주목을 받은 만큼 다음 작품도 궁금해졌다. 조태관은 "제가 작품을 고를 처지는 아니지만, 그동안은 여러 사정 때문에 방송에서 많이 못뵀던 것 같다. 저의 파이팅은 언제나 넘치기 때문에 어떤 무대가 있든 열심히 달릴 예정이다. 연기적으로는 이번에 한지평을 봐서 그런 건 아니지만, 짝사랑을 하는 불쌍한 사람을 하고 싶다. 뭘 해도 안 되고, 짠하고,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멀끔하게 생겨서 잘할 거 같지만, 잘 안 되는 반전이 있는 사람. 답답한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사회적으로도, 회사에서도, 사랑도 안 되고, 정작 회사를 버리더라도 쟁취하고 싶던 사람이 있어도 잘 안 되는. (김)선호 씨가 너무 잘해서 그런가, 그 사람에게는 새드엔딩인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내 기대를 높였다.

조태관은 tvN '스타트업' 종영 이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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