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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에는 '착공 1980. 4. 4, 준공 1982. 6. 30' 등이 새겨진 초석이 자리하고 있다. 잠실구장, 즉 서울 종합운동장 야구장은 그날 공사를 시작해 1982년 여름 완공됐다. 완공 기념으로 그해 10월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렸고, 이듬해부터 MBC 청룡(현 LG 트윈스)이 홈구장으로 쓰기 시작했다. 잠실구장 최초의 프로야구 주인은 LG 구단(MBC 청룡)이다.
그러나 LG는 전신 MBC 시절을 포함해 홈런왕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 참가했거나 참가중인 12개 구단 가운데 홈런왕이 나오지 않은 팀은 LG와 제10구단인 kt 위즈 뿐이다. 2007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와 1991~1999년 1군에 참가했던 쌍방울 레이더스는 물론 2000년 이후 신생 출범한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르즈, NC 다이노스도 홈런왕을 키워냈다. 쌍방울에서는 1994년 김기태가 25개를 때려 홈런 1위에 올랐고, NC의 경우 1군 참가 4년 만인 2016년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40홈런을 때려 구단 역사상 첫 홈런왕(SK 최 정과 공동)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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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는 아예 홈런 상위 10위에 포함된 LG 선수는 없었다. 또한 LG에서 30홈런을 넘긴 선수는 최초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꼽히는 1999년 이병규(30개 12위)와 2000년 스미스 밖에 없다. 그러나 스미스도 2000년 당시 삼성에서 20홈런을 치고, 7월 LG로 이적해 15개를 쳤으니, 엄격히 말하면 LG 역사상 30홈런 타자는 이병규 뿐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 LG의 최다 홈런 타자는 17개를 날린 유강남이었다. 그의 홈런 순위는 공동 30위였다. LG에 홈런 타자가 없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드래프트에서 국내선수이든 외국인 타자든 장타력을 갖춘 선수를 뽑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포 육성에 일가견 있는 지도자도 거의 없었다. 또한 '신바람'으로 대표되는 집중력의 야구를 표방해 온 팀 컬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야구인은 "LG는 잠실을 홈으로 쓴다는 이유로 거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사실 의미가 없다. 그냥 거포가 없는 것이다. 뽑아야 하고 키워내야 한다"고 했다.
올해도 LG에서는 홈런왕 경쟁에 나설 수 있는 타자가 없어 보인다. 올해 새롭게 LG에 가세한 김현수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미국에 가기 직전인 2015년에 터뜨린 28개다. 새 외국인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도 전형적인 거포는 아니다. 3일 현재 김현수는 2홈런, 가르시아는 1홈런을 때렸다.
포스트시즌이 당면과제인 LG에서 홈런왕을 기대하는 건 사치일 지 모른다. 승리하는데 있어 홈런은 중요한 '전력 변수'도 아니다. 지난 역사를 봐도 LG에서 화끈한 장타력의 야구를 추구했던 감독도 없었다. 타자들 자질이 그랬고, 환경이 그랬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잠실구장을 대신할 새 구장의 형태를 놓고 전문가 공개 워크숍을 열었다.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30년이 훨씬 넘은 지금의 잠실구장은 사라질 것이다. 새 야구장이 들어서기 전에 '잠실벌'을 홈런포로 수놓을 LG 출신 홈런왕이 나오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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