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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탁구일병'이상수, 국군체육부대장 표창 받던 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6-28 23:37



"이상수 일병, 정말 큰일을 해냈네." "네에! 그렇습니다!"

지난 9일 독일 뒤셀도르프 세계탁구선수권 남자 단식에서 10년만의 동메달을 획득하고 자대복귀한 '일병' 이상수(27·국군체육부대, 세계랭킹 13위)의 우렁찬 대답에 국군체육부대 포상식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표창과 함께 '4박5일'의 이례적인 특별휴가를 명한 곽 합 부대장의 격려인사에 "아닙니다!" 대신 훈련소에서 입에 붙은 "네에! 그렇습니다!"가 무의식중에 튀어나왔다.

이상수는 "너무 긴장했다. 부대장님 앞이 세계선수권 4강전보다 더 떨렸다. 간부회의 중에 들어가 표창장을 받았는데 높은 분들이 모두 계셔서 정말 긴장됐다"며 웃었다.



표창장엔 '위 사람은 탁구선수로서 2017년 세계탁구선수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부대 위상제고 및 수사불패 상무부대 육성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이에 표창함'이라는 '궁서체'가 또렷했다.

이상수는 올해 초 국군체육부대 입대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동메달은 유승민 IOC선수위원(2007년 자그레브 대회) 이후 무려 10년만의 쾌거다. 2003년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파리세계선수권 남자 단식 은메달을 획득한 '깎신' 주세혁의 길을 이어받았다. 남자복식에선 '영혼의 파트너' 정영식(25·미래에셋대우)과 함께 동메달을 따냈다. 이상수는 남자 단식 복식에서 동시에 동메달을 따낸 유일한 선수다.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닥공 일병' 이상수의 분투는 내용면에서 완벽했다. 32강에서 2011-2013년 세계선수권 2연패, 런던올림픽 단식 금메달에 빛나는 '중국 레전드' 장지커를 꺾었다. 16강에서는 '벨라루스 백전노장' 블라디미르 삼소노프를 물리쳤다. 8강에선 '홍콩 톱랭커' 왕춘팅을 돌려세웠다. 6월, 생애 최고 세계랭킹 13위를 찍으며, 대한민국 남자탁구 '톱 랭커'에 등극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의 시련이 약이 됐다. 단체전 4강에 올랐지만 3-4위전에서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다. '입대'가 확정됐다. 본인의 탁구를 재정립하고, 주위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 메달은 못 땄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고 했다. 이상수는 "입대 후 오히려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환경도 좋다. 훈련에만 집중하게 됐다. 군인답게 정신적으로도 강해졌다"고 했다. "군대에서의 일상은 긴장의 연속이다. 오히려 시합이 더 편하다. 경기를 하면서 더 신중해지는 면도 있다"고 했다.

표창장을 받은 후 첫 대회인 ITTF 일본오픈에서도 선전했다. 16강에서 '중국 에이스' 린가오위안을 꺾었다. 8강에선 일본 톱랭커 미즈타니 준에게 듀스 대접전 끝에 3대4 로 패했다. 무기력하게 패했던 예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한치도 밀리지 않는 대등한 경기력으로 확실한 성장세를 입증했다.


이장호 국군체육부대 정훈실장은 '일병' 이상수의 쾌거를 '무공'이라 칭했다. "무조건 공격!"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군인정신이 살아 있는 '무공'이라는 단어가 '일병' 이상수와 어울린다"며 웃었다.

'무공 일병' 이상수는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 남자단식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비중국인 선수였다. '만리장성 삼총사' 마롱, 판젠동, 쉬신과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오성홍기 사이에 태극기가 펄럭였다. "군인 신분으로 태극기를 독일 하늘에 올리게 돼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린 탓에 거수경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무공 일병 '이상수는 의미심장한 약속을 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뛰는 동안, 꼭 한번 시상대에 다시 올라가겠습니다." 이 일병의 시선이 내년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을 향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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