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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탈세 쓰나미가 몰아쳤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유독 스페인에서 탈세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스페인의 높은 세율이다. 스페인 정부는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자국 선수에게 52%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세율은 46%다. 수입 절반을 스페인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분명 부담스러운 비율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프리메라리가는 지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이상의 엘도라도였다. 슈퍼스타들이 총집결했다. 그 중심에 '베컴법'이 있었다. 2003년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던 스페인은 외국 기업과 외국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세금 비율을 조정했다. 외국인 사업자에게 25%만 세금으로 내도록 했다. 세법상 개인사업자로 등록되는 축구선수들이 혜택을 받았다. 2003년 6월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데이비드 베컴이 이 법의 첫 수혜자가 됐다. '베컴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스페인은 이 세율로 스타선수들을 유혹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갈락티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이기도 했다. 호날두, 카카, 카림 벤제마 등이 베컴법의 보호 아래 줄줄이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바르셀로나 역시 티에리 앙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을 데려왔다. 발렌시아, 데포르티보, 비야레알, 세비야 등 중소클럽들도 적지 않은 대어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유럽무대를 호령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10년만에 끝이 났다. 2012년 스페인에 경제위기가 불어닥치며 2014년 12월 베컴법이 폐지됐다. 축구스타들은 2014년부터 스페인 국민과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았다. 하루아침에 20% 이상의 세금을 더 내게됐다. 스타 선수들이 조세 회피를 위한 꼼수를 찾아 나서게 된 배경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가지 더. 단순히 세율이 문제라면 잉글랜드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잉글랜드는 스페인보다 더 많은 5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에서는 탈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왜 유독 스페인일까.
스페인에서 벌어진 탈세 스캔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초상권에 관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메시도, 호날두도, 디 마리아도, 무리뉴 감독도 모두 초상권에 관한 세금 포탈을 지적받았다. 축구선수들의 인기가 높아지며 선수들을 별도로 초상권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초상권은 선수의 외모뿐 아니라 옷과 음식,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모두를 포함한다. 쉽게 말해 스폰서십 수익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슈퍼스타의 경우 스폰서쉽 계약으로 연봉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스타들은 이 부분까지 50%에 가까운 세금을 납부하기 어려웠다. 뛰고 있는 스페인 내에서 발생한 수입이 아닌 글로벌 수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풋볼리크스의 폭로에 따르면 호날두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회사 설립으로 초상권을 보호했다. 광고 수익 일부(약 1883억원)가 버진 아일랜드 회사로 흘러간 정황이 드러났다. 버진 아일랜드는 스페인보다 낮은 법인세(12.5%)를 매기고 있다.
EPL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우 버진 아일랜드에서 세금처리를 해도 영국령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초상권에 대한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방법이 없다. 여기에 경제불황으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축구단에 대한 세무당국의 감시가 갈수록 강력해 지고 있다. 프리메라리가에 속한 선수가 글로벌 수입이라는 명목으로 스페인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큰 수익원을 잃어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법망을 피해 세금을 피하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스캔들로 인해 슈퍼스타들의 집합소로서의 프리메라리가의 명성은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질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