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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땅:듀랑고, 시대의 '돌연변이' 게임이 나왔다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5-12-18 11:14





'오토와 자동플레이가 난무하는 시대에, 유저들의 플레이와 마인드를 야생의 시대로 돌려놓았다'

히트로 현재 모바일게임 1위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이 이런 방식의 게임과 테스트를 진행할지 쉽게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모바일게임들이 공식카페에서 많은 유저들이 최적화된 공식과 공략을 공유하고 있는데, 야생의땅 듀랑고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유저들이 정보를 수동으로 공유하면서 플레이 패턴도 야생의 느낌이 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그룹 멤버는 아직 800여명, 2천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고 그룹에 플레이하지 못하는 유저들과 개발자들이 이미 있을 것이라는 부분을 감안하면 1/3 정도의 유저(그 이하일 가능성이 높겠죠)들만 정보를 공유하고 나머지는 스스로 자립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자 역시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습관처럼 공식카페를 찾았는데, 존재하지 않기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왜 공식카페 없이 진행했는지 점점 이해되고 있습니다. 아마 정식 서비스나 이후 공식 공간이 어디엔가 생기겠지만, 개발자들은 첫 테스트이고 게임 플레이부터 진행방식이 오픈월드 형식인 만큼 유저들의 자생적 플레이를 보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혼자 플레이를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기자 역시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지스타 버전만 체험을 해봤기 때문에 게임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번 테스트가 처음이었습니다. 야생의 땅에서 과연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PC도 아닌 불편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디바이스의 제한 속에 어떤 것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 컸습니다.

물론 간단한 튜토리얼과 가이드는 존재합니다. 돌을 주워서 돌칼을 만들고, 줄기를 이어 다른 도구를 만들다보니 정말 원시시대의 느낌이 났습니다. 그래도 과거 취재도 했었고,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설명도 들었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초반 플레이는 방식은 다르지만 온라인게임이나 콘솔게임에서 있었을법한 내용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도구를 하나하나 모아야했고, 공간을 만들어가는 형식은 과거 많은 게임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면 튜토리얼이나 해야할 것들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문명 온라인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막막함과 공허함이 야생의 땅 듀랑고에서도 나타난 것입니다.




뭘 해야 하지, 그냥 집짓고 살면 되는건가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 몇몇 유저들은 자신의 공간에 이것저것 만들어놓고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가서 '뭘 해야되나요'를 물어보기도 어색해서 일단 '어딘가에 정착을 하고 살아봐야겠다' '모험을 해보자'라는 큰 생각을 가지고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티비에서 '삼시세끼'를 보면 물고기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예능에서 어느 정도 증명했기에 '물가'에 터를 잡기로 하고 일단 지도를 밝히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무작정 돌아다니다 보니 스테미너가 부족합니다. 초반이니 나무 열매도 따먹고 물고기도 구워먹으면서 스테미너를 유지해야 합니다. 과거 온라인게임에서 재료와 자원을 넉넉하게 모으면서 플레이 했던 습관처럼 보이는 대로 통나무도 줍고, 돌도 모으고 물고기도 잡으면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착지가 없다보니 가질 수 있는 물건은 제한이 되어 있고, 피로도는 올라가고 물건은 양손에 가득 들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넉넉한 재료를 창고에 쟁여두면서 플레이했던 기존 온라인, 모바일게임과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급하게 물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터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사람들이 많은 곳과 없는 곳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그냥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거기 살고 있는 것이 아닌 그 곳이 많은 편리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문명의 발상지를 보면 '토양이 비옥'하고 '물이 충분하다' 등의 이점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뭇가지는 굉장히 유용한 자원입니다. 땔감으로 쓸 수 있고 물고기를 끼워서 구워먹을 때 필요합니다. 그럼 나무가 근처에 있어야겠죠. 게다가 돌칼도 쓰다보면 부서지기 때문에 주변에 돌이 있어야 하고, 동물의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서식지에서 멀어야 합니다. 게다가 모험을 가기 위해서는 항구가 근처에 있으면 좋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요소들이 최적화된 곳에 많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죠. 무언가 부족하고 불편함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뭐든 배달이 되고 이동이 가능하니 사람 없는 조용한 곳에 살고 싶어지는데, 야생의 시대에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혼자서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모험을 떠나 보기로 했습니다. 넉넉하게 꼬치구이도 만들고 비닐과 깡통에 물을 채워서 준비도 했죠.

듀랑고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설정을 했는지를 보면, 물을 마시거나 깨끗하게 씻으면 컨디션이 좋아지는데 물에 젖으면 스테미너가 조금 빨리 소비됩니다. 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말려야겠죠. 이런 것들이 계속 반복됩니다. 다소 귀찮을 수 있는데, 게임 설정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해보진 않았는데 생고기를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고 하니 약의 효과를 내는 꽃을 먹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것들만 봐도 요즘 유저들이 과연 플레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자동플레이가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의 기반이니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이 이런 게임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습니다.

모험을 하면 다양한 조건들을 채워갈 수 있습니다. 섬마다 특산품이라고 해서 특정 지역의 좋은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뭐 좋아봐야 조금 튼튼한 나무나 꽃 이런 것들인데 아이템의 차이는 또 다른 결과물로 이어집니다.





기본적인 간이천막은 통나무나 줄기로 만들 수 있는데, '뼈'와 같은 조금 좋은 재료가 투입되면 조금 나아진 간이천막이 만들어집니다. 외형도 다르고 성능도 달라집니다. '그럴싸한 곳에서 휴식하니 피로가 잘 풀린다'는 개념이죠.

결국 여기서도 좋은 재료를 구해서 터전을 꾸며야하고 생각해보면 해야될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납니다. 공룡을 잡다보면 얻을 수 없는 재료들이 있는데, 이는 레벨 10부터 분류되는 전문 직업군에서 필요한 부분입니다.

레벨10이 되면 사냥꾼, 모험가, 정착가의 큰 분류로 직군이 나뉩니다. 말 그대로 사냥꾼은 동물을 사냥하는 직업이고 모험가는 탐험, 정착가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나 도구를 제작하죠. 그런데 그 안에서도 또 특성이 나뉩니다. 모험가 중에서도 채집, 탐험, 도축. 정착자는 제작, 정착, 농사 등이죠.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 따라 모여 살아야 한다는 개념이 이때보터 보다 명확하게 자리 잡습니다. 사냥꾼이 동물을 사냥하고 모험가는 재료를 모아서 정착자에게 공급하면 이를 생활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죠. 게임 내에 장터가 있어 이를 사고 팔수 있는데, 유저들이 모여 살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부락이 만들어집니다.

과거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이은석 PD는 유저들이 집 앞에 소재 이름이 적힌 판넬을 두고 나눔하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어떻게 그런 모습이 만들어 질 수 있는지가 확실하게 그려집니다.

만약 자신이 사냥꾼이라면 정착자와 모험가와 조를 이뤄 살면 재료들을 공급하면서 함께 생활하는 굉장히 효율적인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아직 게임의 모든 것을 보지 못했지만 야생의 땅 듀랑고가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형태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큰 몬스터를 잡는다는데 그치지 않고 생활과 커뮤니티가 어우러지고 장터는 존재하지만 유저들끼리 함께 물건을 주고받는 공생구조를 그리고 있는 셈이죠.





야생의땅 듀랑고는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쓸 부분이 많으며 편한 게임은 아니지만 추구하는바가 명확한 게임입니다.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엔드콘텐츠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더 체험해봐야겠지만 지금 보고 느낀 것만으로도 가치와 비전이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매번 넥슨이 다른 모바일게임을 만들겠다고 한 자신감은 아마 내부에서 듀랑고를 계속 보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아직 이 게임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되고 상업적으로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트렌디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죠. 어렵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유저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 경험과 재미가 어렵다는 부분을 넘어설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게임은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좋은 태블릿을 하나 구해야할 것 같습니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모바일보다 태블릿에서 보다 플레이하기에 쾌적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테스트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한번쯤 플레이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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