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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GMP: "박(태환) 선수가 맞았던 게…."
A의사: "전혀 상관없어요."
팀GMP: "네비도도?"
팀GMP: "남성호르몬하고 성장호르몬은 다르잖아요?"
A의사: "남성호르몬은 머슬이죠. 도핑은 전혀 상관없고, 원래 내몸에 있는 건데…. 수치가 좀 낮아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단독 8부, 박태환 도핑사건에 대한 최종 선고 공판이 열렸다. 강병훈 부장판사가 박태환에게 네비도를 주사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의사 A씨에 대한 의료상 과실치상,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판결문을 읽어내리던 중 녹취록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위 녹취록은 박태환 소속사 팀 GMP측이 지난 11월, 전국체전 후 도핑 양성 반응을 통보받고, 원인을 찾기 위해 그간 병원들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A의사를 만났을 당시 녹취한 내용이다. 녹취의 적법성, 의사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이 내용은 '박태환 사건'의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다.
박태환은 지난 3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내년 3월까지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박태환도, 의사도 네비도가 남성호르몬이며, 남성호르몬이 금지약물임을 '알고' 투여했다"고 믿는다. '모르고 맞았을 리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의 유무죄이지만, 일반 대중에게 중요한 것은 '주사의 고의성 여부'다. 재판부가 지난 11개월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증거, 증언을 통해 확인한, 명백한 팩트(fact)는 '의사도, 선수도 남성호르몬이 도핑에 걸리는 약물임을 몰랐다'는 것이다.
위 대화내용에서 보듯, '피고'인 의사는 도핑 양성 반응 통보 이후인 지난해 11월말까지도 네비도가 도핑에 걸릴 수 있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수치는 정상치였지만, 조금 떨어진 수준이었고, 이에 대해 의사는 '내몸에 있는 자연적인 성분을 조금 채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박태환 역시 "도핑에 걸리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을 믿었다.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아찔한 상황에서 이 병원을 찾은 팀GMP에게 의사의 이 말은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원인이 이 병원임을 직감했다. 해당 주사기록에 대한 기록, 차트틀 요청했지만 휴대폰 메신저 '카카오톡' 일일보고로 주사, 처방기록을 대체해온 병원에서는 제대로 된 기록부도 제시하지 못했다. 문제의 네비도 주사 당일의 내역 역시 공식 차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박태환이 언제 무슨 주사를 어떻게 맞았는지에 대한 공식 의료기록부의 존재가 없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고, 해당 의사를 기소했다.
이부분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는 이날 법정에서 유죄로 선고됐다. 강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노화방지 및 건강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의원의 재활의학 전문의사로서 진단 및 치료내용 등 의료행위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함에도 2014년 7월29일경 박태환에 대해 네비도 주사제를 처방하고 시술한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의료상 과실치상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의료인으로서 설명의 의무가 부족했던 부분은 인정했다. 강 판사는 판결문에서 "박태환이 국가대표 수영선수로서 피고인과의 상담과정에서 유난히 도핑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박태환 입장에서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날지 여부가 네비도 주사를 맞을지 여부를 결정함에 상당히 중요한 고려요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피고인은, 네비도를 주사함에 있어서 박태환의 건강상태와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성과 부작용, 특히 네비도 주사로 인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의무가 있었다 할 것인데 피고인은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거나 부족하게 설명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주사 후 일주일간의 보행장애 등 통증에 대한 진술과 증거는 형사법상 '상해'로 인정하기에 불충분하다고 봤다. 호르몬 투여가 박태환의 신체에 미친 변화가 '상해'라는 데 대해서도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일주일간의 근육통, 치료기간을 알 수 없는 테스토스테론 양의 변화에 따라 호르몬 수치의 변동이 건강을 침해했는지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최종 판결문에서 강 판사는 "피고인을 벌금 100만원에 처한다.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는 무죄, 피고인에 대해 의료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11개월간 박태환과 의사의 책임 공방, 수많은 억측과 논란의 결론은 '벌금 100만원'으로 마무리됐다. 8차례 공판을 현장에서 직접 방청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수영 챔피언을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끌어내린 이 엄청난 사건의 원인과 결과는 모두 허망했다. 도핑에 무지했지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박태환이 잘되기 바랐던 의사의 호의와 가장 힘든 시기, 자신을 도와준 의사를 향한 선수의 무한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벌금 100만원의 참극'으로 막을 내렸다.
2010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4년간 30여 회에 걸친 도핑테스트 가운데 9월3일 시료에서 세계반도핑기구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처음 검출됐다. 박태환은 도핑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병원을 찾았고, 믿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로서 자신의 몸에 들어가는 물질에 대해 더 의심했어야 한다.
스포츠 선수를 상대할 수 있는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에 대한 도핑 교육은 강화돼야 한다. "스포츠전문의가 아니라서 모른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도록, 일반 환자가 아닌 '선수'를 상대할 때의 도핑 매뉴얼이 필요하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의사도 선수도 금지약물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실'의 책임이 의료인에게 있느냐, 선수에게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명시했다. "의사는 긴급한 경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약품 투여 전에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 결정을 위해 중요한 사항을 사전에 설명함으로써 환자로부터 치료에 응할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한번의 주사로 지난 10년간 피를 토하며 쌓아온 올림픽 챔피언의 영광이 물거품이 됐다. 도핑에 무지한 의사와 호의와 선수의 신뢰가 빚어낸 가슴아픈 '참극'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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