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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숨 쉰 '야신', "유창식 정신수양이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05 12:50 | 최종수정 2015-05-05 12:50


"수양이 필요한 거 아닌가?"

선수들의 부진에는 이유가 있다. 몸이 아파서일 수도 있고, 애초에 잘못된 자세를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 또는 외부요인 때문에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을 수도 있다. 심리적인 동요도 경기력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어쨌든 이유없는 부진은 있을 수 없다.


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2015 프로야구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1사서 롯데 정훈에게 볼넷을 허용한 한화 유창식이 교체되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5.03.
때문에 뛰어난 선수일수록 부진의 원인을 빨리 파악해서 적절한 대처법을 찾아낸다. 혼자서 하지 못하면 주위의 동료나 코치, 감독 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도와달라"는 요청은 부끄럽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대단히 훌륭한 자세다. 누구에게든지 도움을 받아 하루빨리 부진을 털어내는 게 자신은 물론 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뛰어난 재능이 엉뚱한 원인 때문에 발휘되지 못한다면 그보다 큰 손실은 없다. 또 그런 일을 반복하다보면 선수 생명은 금세 사라지고 만다.

한화 이글스 '7억팔' 유창식이 부진하다. 냉정히 말해 유창식의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엄청난 자질을 지닌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프로 입단 후 단 한 시즌도 제대로 활약한 적이 없다. 2011년 한화 1지명으로 입단할 때의 유창식은 실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프로야구 신인 계약금 역대 2위에 해당하는 7억원(1위 KIA 한기주 10억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할 때의 유창식은 당시 에이스였던 류현진을 능가할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그 후 5년간. 유창식은 실망스러운 성적만 남겼다. 5년간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갔는데, 그 어디에서도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마운드에 선 유창식의 표정은 늘 어두웠다. 불안감과 초조함이 그대로 읽혔다. 타자들과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백기를 든 꼴이었다.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올해까지 통산 5시즌 동안 겨우 16승27패,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했다. 초라한 성적이다. '100이닝'을 넘긴 시즌은 2012년 뿐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분명 고교 시절(광주제일고)의 유창식은 또래 '넘버 원'이었다. 1m86, 100㎏의 위압적인 체격을 지닌 좌완투수. 류현진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평가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러나 유창식은 5년 내내 자기의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다. 입단 초기에는 고교시절 많은 투구로 여파로 인해 팔꿈치가 아팠고, 이후에는 구속의 저하와 제구력 난조, 경기운영력 미숙이라는 문제를 줄줄이 달고 나섰다.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LG 경기가 열렸다. 4회말 무사서 LG 이병규의 타구를 오른쪽 다리에 맞은 한화 유창식이 한참을 누워있다 일어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22.
그런 유창식에게 올해는 새로운 기회였다. 투수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것. 김 감독은 유창식의 재능을 눈여겨봤다. 올해 선발의 중책을 맡길 생각까지 했었다. 시즌 초반 팀 사정을 고려해 중간계투로도 함께 활용했지만, 장기적 플랜은 선발 고정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않다. 올해들어 더 부진한 것. 유창식은 현재 8경기에 나와 승패없이 9.1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도저히 1군 투수라고 볼 수 없는 초라한 성적. 한 달 넘게 참고 참았던 김 감독 역시 이런 부진에는 혀를 내차고 있다. 유창식은 4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복귀까지는 무척 많은 시간이 걸릴 듯 하다. 김 감독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지금 유창식에게는 훈련보다 '수양'이 필요한거 아닌가. 본인이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여러번 미팅을 통해 대화를 나눠봤는데,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유창식을 바라보는 답답한 심경이 그대로 나타난다. 결국 '야신'도 손을 들었다. 이제는 유창식 스스로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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