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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충무로 블루칩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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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 뮤지컬 스타로 활약했다. 하지만 대중의 뇌리 속에 조정석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건 역시 '건축학개론'(2012)부터다. 납뜩이 캐릭터를 맡아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며 그해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다. 조정석은 "많은 분들이 나를 납뜩이와 연관시켜 생각해주시는 것 같고 그에 대한 꼬리표는 앞으로도 배우 생활하는 데 있어 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어디가서 100m를 뛰어도 아마 납뜩이라고 할 거다. 하지만 어떤 역을 맡을 때마다 그 역할에 몰두하니까 그런 건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납뜩이에 굉장히 고맙다"고 쿨한 반응을 보였다.
납뜩이 자체가 코믹한 캐릭터였고, 조정석과 송강호의 만남이란 이슈가 있었기에 대중은 '관상' 속 조정석에게 코믹 연기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납뜩이가 원맨쇼라면 팽원은 앙상블과 합이다. 송강호 선배님이 있어 나도 잘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고 선배님도 그러신 것 같다. 둘의 앙상블로 '광상'의 코미디적 요소를 구축해나갔던 게 아닌가 싶다"며 "많은 분들이 송강호 조정석의 그런(코믹) 무비라고 생각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다소 무겁고 거기에서 오는 극적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비극적인 요소에 포인트를 줬다고. "내경 팽헌 진형(이종석)의 비극적인 상황, 그런 감정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 명이 다 무너져 버리는데서 오는 비극적 카타르시스, 패배감. 그게 우리 영화의 키포인트라고 생각해 열심히 흐름에 맞게 감정선을 따라갔다. 감독님이 잘 디렉팅 해주셨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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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은 정해진 운명에 도전한 가족의 씁쓸한 이야기로도 풀이된다. 그렇다면 조정석은 얼마나 운명을 믿을까. 그는 "운명은 정말 믿지 않는다. 사랑도 일도 삶도 내가 만들어가고 개척해가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좀더 긍정적이게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운명적인 만남도 잘 모르겠다. 나도 많은 연애 경험이 있지만 운명적 만남이란 자체가 어패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운명적인 만남은 못 미더워도 슬슬 연애도 결혼도 생각해야 할 30대 초중반(1980년생)이다. 조정석 역시 "연애 하고 싶다. 친구들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친구들 애기를 보면 예뻐죽겠다. 행복한 것 같고 보기 좋다. 그런 것 때문에라도 결혼도 연애도 하고 싶은데 막상 하려고 해도 선뜻 잘 안되는 것 같다. 나는 마음에 있으면 확실하게 대시하는 돌직구형이다. 그런데 그러기까지가 오래 걸린다.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엔 여자 만날 기회도 없고 특히 요즘엔 바쁘게 살다 보니 기회가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만 이상형은 있다. '멋있는 여자'다. 그는 "나하고 얘기가 잘 통하고 인간적이고 의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예쁘고 참하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정말 멋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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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관상'은 857만 5989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 일일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흥행 성적 뿐 아니라 출연 배우들의 연기에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조정석은 "'관상'은 전혀 아쉬움이 없다. 지금까지 내 필모그래피 중 가장 행복했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촬영하러 갈 땐 늘 행복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올해 내가 데뷔 10년차다. 그동안의 경험들 속에서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나로서 '관상'을 맞았을 때 초고수들과 같이 작업했을 때 얻는 에너지와 시너지가 너무 컸다. 수많은 대가들과 똑같이 한 곳을 바라보며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조정석은 계속 달린다. 이미 지난달부터 영화 '역린' 촬영을 시작했다. 그는 "초반과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정말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시더라. 예전엔 납뜩이 아니면 이승기 옆에 누구라고 알아보셨는데 이제는 조정석이란 걸 알고 계신다. 그럴 때 너무 기분이 좋다. 처음에는 많은 관심을 받아 당황하고 놀라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감사한 마음과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많이 바뀌었다. 공인으로서 귀감이 될 수 있게 노력하자는 마음을 먹었고,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배우가 되자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