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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김연아 과연 떨지 않을까, 비밀이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07-07 11:40 | 최종수정 2011-07-07 12:52


김연아의 마법이 국제올림픽위원회마저 사로잡았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김연아. 사진캡처=SBS TV

'피겨여제' 김연아(21)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도 홀렸다.

2018년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배경에는 그녀의 팔색조 연기도 한몫했다.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 등 경쟁도시들이 얄미울 만큼 프레젠테이션(PT)을 앙증맞게 소화했다. IOC 위원들은 함께 찍은 사진에 사인해서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다.

외신 기자들조차 여전히 궁금증을 토해낸다. 빙판장에서도 그렇고, PT에도 그랬다. "김연아는 왜 떨지 않느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했다.

김연아 뒤에는 강심장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과연 떨지 않을까. 그림자처럼 김연아를 옆에서 지켜보는 구동회 올댓스포츠 부사장은 "연아도 사람이다. 당연히 긴장하고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단 비밀이 있다. 보통 사람과는 달리 긴장감이 웬만해선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단다. 비결은 떠나지 않는 눈웃음이다. 미소로 감춰진다. 남들이 보기에는 평온하게 느껴진다.

김연아가 유일하게 떨지 않고 치른 대회가 지난해 밴쿠버동계올림픽이었다. 자신도 이상하게 느낄 정도로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고 한다. 새 역사를 쓴 배경이자, 동계올림픽 유치의 밑거름이었다. 그녀는 당시 소름 돋힌 7분 드라마 끝에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합계 228.56점을 기록했다. 그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더반 PT는 또 달랐다. 개인 경기가 아니었다. 국가적인 대사였다. 압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21세의 어린 나이가 감당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웃고 있어도 웃는 것이 아니었다. 김연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효녀'였다. 영어 구사는 깔끔했다. "아직도 떨리네요"라며 미소를 지은 후 드림프로그램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올림픽 정신을 소개했다. IOC 위원들의 귀에 속속 박혔을 만큼 전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10년 전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 나는 서울의 아이스링크 위에서 저만의 올림픽 드림을 꿈꾸는 작은 소녀였다"며 "정부는 드림프로그램을 창설해 동계스포츠 시설과 연습시설 지원을 시작했다. 덕분에 한국은 밴쿠버올림픽에서 14개의 메달을 딸 수 있었고, 82개국 중 7위라는 훌륭한 업적을 이루었다"며 인적 유산을 설명했다.

평창이 10년의 아픔을 딛고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그제서야 안도감이 휘몰아쳤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색깔은 환희였다. "그동안 경기에 나갔을 때는 개인적인 일이었다. 안돼도 그만, 되면 좋고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 내가 실수하면 큰일나는 상황이었다. 부담이 됐다."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어젯밤에 조양호 유치위원장님 등 많은 분들이 나오는 꿈을 꿨다. 좋은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연아는 더반에서 평창의 얼굴로 뛰고 또 뛰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세상은 또 달라졌을 수도 있다. 김연아는 8일 찬란한 역사를 함께 쓴 동계스포츠 유치단과 금의환향한다.
더반(남아공)=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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