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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축구 결승]이번에도 풀지 못한 55년의 한

기사입력 2015-01-31 18:58 | 최종수정 2015-01-31 20:27

1회 아시안컵 우승후 이승만과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 정상과 55년 동안 가까워지지 못했다. 전쟁의 폐허, 격변의 시대에 사력을 다해 우승컵을 들어올린 투혼의 선배들은 이제 백발 성성한 80대 노인이 됐다. 이미 세상을 떠난 선배들도 있다. 반세기가 넘게 이어진 우승의 꿈은 이제 한이 됐다.

아시안컵의 역사는 1956년 시작됐다. 홍콩에서 열린 첫 대회서 한국은 정상에 올랐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불과 3년 만에 일군 기적같은 쾌거였다. 대회에 갈 비행기 티켓값도 변통하지 못했다. 대한항공 전신인 KNA에 사정해 비행기 외상 티켓을 끊었다. 일단 타이페이까지 갔다. 아시안컵 동부지역 예선 2차전 대만과의 원정전을 치러야 했다. 대만에 패하면 그길로 귀국하고, 이기면 대만축구협회와 협상해 친선경기를 유치, 그 입장수입으로 비행기값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9월2일 대만전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예정대로 친선경기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천재지변이 닥쳤다. 이틀째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경기가 전격 취소됐다. 6일 새벽 1시, 한국선수단은 또다시 외상 비행기에 올랐다. 2시간이나 연착된 비행기를 타고 홍콩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 홍콩과의 아시안컵 첫 경기는 이날 오후 2시였다. 눈도 붙이지 못한 채 '비몽사몽' 홍콩스타디움에 섰다. 파김치처럼 늘어진 몸은 푹푹 내리쬐는 햇볕에 힘을 쓰지 못했다. 전반에만 2골을 허용했다.절망적이었다. 4개팀이 풀리그로 다투는 상황에서 단 1패만 기록해도 우승은 물 건너간 상황, 후반 시작과 함께 거짓말처럼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악한 염색의 붉은 유니폼에서 염료가 녹아내려 핏빛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빗줄기에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2골을 몰아치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에 2대1, 베트남에게 5대3으로 승리한 대한민국은 당당히 초대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60년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야심차게 2연패에 도전했다. 비행기값이 없어 선수숫자를 최소화했던 4년전과는 달랐다. 10월12일 서울 효창구장 개장과 함께 경평OB전이 열렸다. 효창구장 개장 기념식 이틀뒤인 10월14일 제2회 서울아시안컵이 막을 올렸다. 디펜딩챔피언이자 개최국인 한국은 자동출전권을 받았다. 이스라엘 대만 베트남 등 4개국이 출전했다. 2만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엔 10만 구름관중에 몰렸다. 뜨거운 안방 응원 속에 한국은 승승장구했다. 베트남을 5대1로, 이스라엘을 3대0으로 대만을 1대0으로 꺾으며 3연승, 우월하고 절대적인 2연패를 달성했다. 당시 4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고 조윤옥 선생의 아들 조준헌씨는 현재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으로 시드니 현장의 태극전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55년전 아버지의 투혼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좀처럼 아시안컵 우승과 닿지 못했다. 텔아비브에서 열린 1964년 이스라엘 대회에선 인도, 이스라엘에 패하며 3위에 그쳤다. 예선 탈락으로 1968년 이란 대회를 건너 뛴 뒤 1972년 태국 대회 결승에 올랐으나, 이란에 덜미를 잡혀 눈물을 흘렸다. 1976년 이란 대회에 또 예선 문턱을 넘지 못했고, 1980년 대회에선 개최국 쿠웨이트에 져 또 준우승에 그쳤다. 1984년 싱가포르 대회선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도 겪었다. 1988년 카타르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다시 우승에 도전했으나,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1992년 일본 대회를 건너뛴 한국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서 명예회복을 다짐했지만, 8강서 만난 이란에 2대6으로 참패하는 수모를 당하며 거센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21세기에도 아시안컵은 좀처럼 한국 축구와 가까워지지 못했다.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선 3위, 2004년 중국 대회에선 8강 진출에 그쳤다.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에서도 4강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선 일본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3위에 그쳤다.

반세기 만에 다시 선 결승전에서 슈틸리케호는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혈투를 치렀다. 하지만 전반 45분 마시모 루옹고에게 내준 선제골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한 채 결국 눈물을 삼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슈틸리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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