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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첫날 배구장 직행…사상 첫 '교포 감독' 아헨 킴 "페퍼의 열정, 내가 깨우겠다"[수원 리포트]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03-05 18:10 | 최종수정 2023-03-05 18:18


입국 첫날 배구장 직행…사상 첫 '교포 감독' 아헨 킴 "페퍼의 열정, …
◇사진제공=KOVO

[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5일 수원실내체육관.

현대건설-페퍼저축은행 간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이날. 갈색 코트 차림의 사내는 경기 전 훈련에 나선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을 코트 옆에서 열심히 지켜봤다.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이던 이 사내의 정체는 지난달 페퍼저축은행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아헨 킴 감독(38·미국)이었다. 2023~2024시즌부터 페퍼저축은행 지휘봉을 잡는 킴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도감이 크다. 긴 비행 끝에 아침에서야 (한국에) 도착했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즐거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킴 감독은 미국 대학 배구 새 역사를 연 지도자. NCAA(전미대학체육협회)에서 14년 간 지도자 경력을 쌓아온 그는 2018년 브라운대를 맡아 팀을 3년 만에 아이비리그 1위에 올려 놓음과 동시에 창단 첫 NCAA 토너먼트 진출을 일궜다. 유망주 영입과 선수 개인별 육성, 세밀한 전술 실행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21시즌 아이비리그에서 13승1패를 거둔 그는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고, 팀에선 5명의 선수가 그해 최고의 수비수상, 신인상을 받았다.

V리그에서 처음으로 프로 지도자 커리어를 쌓는 킴 감독은 "브라운대에서 좋은 결과를 내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대학생이든, 베테랑이든 배구팀 운영은 비슷하다고 본다. (감독 선임을 전후해) 앞선 V리그 라운드를 보면서 (페퍼저축은행을) 지켜봤고, V리그에 대해 조사했다.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여러 외국인 지도자, 선수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떨어지는 공에도 끝까지 쫓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팀을 구축하는 과정에선 열정과 비전이 중요한데, 공 하나에 대한 열정은 이 팀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며 "약점이자 보완해야 할 점은 점수를 내는 방법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을 구축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힘들 수도 있지만, 그들이 열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V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두고는 김연경을 꼽으며 "최근 대표팀에서 은퇴했다고 들었다. 누군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할텐데, 그 선수가 페퍼저축은행 소속이었으면 한다"고 웃은 뒤 "팀의 주축인 이한비가 페퍼저축은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라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출신인 킴 감독의 부모는 한국 이민자 출신이다. 킴 감독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한국계 미국인 2세 사령탑 타이틀을 달게 됐다. 킴 감독은 "(페퍼저축은행 감독 선임 사실에) 부모님이 처음엔 충격이 컸다. '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줄 알았으면 이민을 오지 않았을텐데'라고 하시더라. 그래도 결과적으론 기뻐 하시더라"고 웃은 뒤 "미국에서 성장해 배구인으로 일할 기회를 얻은 것도, (부모님의 모국인) 한국으로 와 일하게 될 수 있게 된 것 모두 감사하다. 첫 한국계 미국인 V리그 감독이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내 성장 배경이) 당연히 (팀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미국에서 자라 배구를 했지만, 다른 외국인 지도자보다 한국 문화를 좀 더 빨리 이해하고 잘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러길 바란다.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했다.

킴 감독은 비자 발급 절차를 마친 뒤, 새 시즌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및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준비 등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날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은 여자부 2위 현대건설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열정을 강조했던 킴 감독은 과연 처음으로 현장에서 지켜 본 페퍼저축은행의 경기력에서 어떤 영감을 얻었을까.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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