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90 거인' 정호영의 각성…친구 이다현과 라이벌리 본격화 [대전초점]

인삼공사 정호영.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보기드문 선수다. 이렇게 속공을 잘 때리는 선수가 있을까 싶다(고희진 감독)."

올해 나이 21세. KGC인삼공사 정호영의 기세는 무시무시하다.

인삼공사는 유망주 군단이다. 베스트6(리베로 제외)를 이소영-고의정-박은진-엘리자벳-정호영-염혜선으로 본다면, 선발 라인업의 평균 나이가 24.6세가 된다. 이중 고의정을 이선우로, 염혜선을 신인 세터 박은지로 바꾸면 더 낮아진다. 중앙에 버티고 선 정호영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캡틴' 이소영과 함께 팀을 이끌고 있다.

데뷔 때는 1m90 거구의 아웃사이드히터였다. 자연스럽게 '차세대 김연경'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직전시즌 탱킹방지용으로 드래프트 방식이 바뀔 만큼 초대형 유망주였다. 1순위는 당연히 정호영의 차지. 당시 2순위가 바로 현대건설 이다현이다.

정호영은 리시브와 수비력 부족으로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꿨다. 마치 덩크하듯 압도적인 타점에서 내리꽂는 모습이 더 잘 어울렸다. 하지만 2020~2021시즌 개막전에서 당한 큰 무릎부상으로 한 시즌을 쉬었다.

다행히 지난 시즌 코트에 건강하게 복귀했다. 특히 무적행진을 달리던 현대건설의 대항마였다. 지난 시즌 1월 4일 현대건설전에서 블로킹 5개, 2월 25일에는 6개를 잡아냈다. 11개 중 4개가 양효진을 가로막은 것.

이다현과는 올여름 대표팀에도 함께 다녀왔다. 드래프트 1,2순위임에도 온통 정호영에게만 관심이 쏠렸던 과거와는 상황이 바뀌었다. 스포트라이트는 '양효진 후계자' 이다현을 향하고 있고, 정호영이 도전하는 형세다.

현대건설 이다현.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이다현은 1m85로 정호영보다 조금 작지만, 운동능력이 탁월하다. 두번째 시즌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3년차였던 지난해 컵대회 라이징스타상을 시작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파워풀한 속공 외에 빠른 기동력이 돋보이는 이동공격, 블로킹 등에 모두 능하다. 지난 시즌 블로킹 5개 이상 잡아낸 경기가 7경기나 된다. 같은팀 대선배 양효진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점도 강점.

생애 첫 올스타는 물론 센터 부문 베스트7에도 선정, 2000년생 이후 출생자로는 처음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시즌이 중단된 걸 가장 아쉬워할 선수다.

정호영과 무엇보다 다른 점은 팀 성적이다. 데뷔 이후 현대건설의 팀 성적은 1-6-1위, 반면 인삼공사는 4-5-4위였다. 좋은 선수일수록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되기 마련이다.

올해 새롭게 인삼공사 지휘봉을 잡은 고희진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선수 시절 같은 미들블로커로 뛰었고, '무적함대' 삼성화재의 일원으로 8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고 감독은 "정호영 개인으로는 잘했다. 정말 좋은 속공이 많이 나왔고, 블로킹도 좋았다. 날 믿고 한번 해보자고 설득한 훈련의 성과가 조금 나왔다"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고 감독은 "연결이나 네트터치 등 뼈아픈 범실이 있었다. 화려한 것만 해선 우승팀이 될수 없다. 무엇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980년생인 고 감독은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을 제외하면 남녀배구 통틀어 최연소 사령탑이기도 하다. 젊은 사령탑이 이끄는 젊은팀, 인삼공사는 올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대전=김영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