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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구름 위를 걸었다.
그러던 박 감독이 오랜 만에 화를 냈다. 지난 7일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한 직후였다. 제 몫을 한 선수들이 없었다. 주포 가스파리니는 단 3득점 밖에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레프트 타이스와의 싸움에서 무릎을 꿇었다. 높은 블로킹을 뚫어내지 못했다. 레프트 정지석도 팀 내 최다인 12득점을 기록했지만 범실이 많았다. 서브 리시브가 흔들려도 공격수들에게 정확한 토스를 전달해주던 세터 한선수도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창피하다"고 운을 뗀 박 감독은 "솔직히 이날 경기는 창피한 것을 떠나 울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 "대한항공이 처해 있는 현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고 정신차려 다시 한 번 하자고 강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항공은 V리그 정규리그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상대적으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비해 명문 구단이라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배구계의 현실이다. 마지막 방점인 챔프전 우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수단 훈련 여건 개선이 출발이었다. 기존 규모가 작았던 체력단련실 면적을 두 배인 78평으로 확장, 선수단 전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17종의 다양한 최신운동기구도 35대나 설치했다. 8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영상분석시스템 도입을 위해 5000만원을 썼다. 분석 프로그램과 초고속 촬영 카메라 6대를 설치했다.
특히 지난 시즌 아픔의 원인이었던 체력 저하 예방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지난달 대한항공 본사 의료센터의 식품영양학 전문가를 초빙해 선수단에 영양섭취에 관한 교육도 실시했다. 프런트의 지원은 충분하다.
다만 정작 코트에서 뛰는 건 선수들이다. 특히 경기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정신력이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이 V리그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외국인 공격수 대니의 희생 때문이었다. 발목이 두 차례 접질렸지만 붕대를 감고 뛰겠다는 의지가 국내 선수들을 자극했다. 구세주가 된 대니는 챔프전이 끝난 뒤 "고통은 잠시지만 위대함은 영원하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대한항공 선수들에게도 이런 헌신과 책임감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직 1라운드 밖에 지나지 않았다. 실망하기는 이르다. 반전에는 중심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에는 흐름을 읽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베테랑들이 많다. 반전의 중심, 베테랑이 깨어나야 한다.
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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