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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외국인 공격수 미타르 쥬리치(26·그리스)는 시즌 초반까지 애물단지였다. 그리스와 터키 등 유럽에서 경험했던 훈련보다 한국 배구의 훈련 강도가 예상보다 높자 "아프다"는 말로 훈련에 불참했다. 2라운드까지 경기에는 출전했지만 웨이트 훈련만 할 뿐 공 훈련에선 열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황이 급변하자 신 감독은 쥬리치의 응석을 더 이상 받아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쥬리치에게 책임감을 부여했다. 신 감독은 "세터가 못 맞춰줄 경우 앞으로 더 신경써서 때려달라. 그리고 훈련을 같이하면서 세터와의 호흡을 더 맞추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자존심이 센 쥬리치는 자신을 채찍질한 신 감독에게 반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쥬리치도 신 감독의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코트에선 '짜증'보다 '웃음'이 늘었다. 쥬리치의 꾸준한 활약 덕분에 4라운드까지 4위를 달리던 한국전력은 5라운드부터 3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3년 만에 '봄 배구'를 즐길 수 있는 반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팀 내 비중이 큰 외국인 공격수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던 신 감독의 밀당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다. 신 감독은 "이제는 나와 쥬리치 사이에 두터운 신뢰가 형성돼 있다. 쥬리치의 경우를 통해 나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