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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감독의 밀당, 태업 수준이던 쥬리치 변화시켰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3-11 17:14 | 최종수정 2015-03-12 07:25



한국전력의 외국인 공격수 미타르 쥬리치(26·그리스)는 시즌 초반까지 애물단지였다. 그리스와 터키 등 유럽에서 경험했던 훈련보다 한국 배구의 훈련 강도가 예상보다 높자 "아프다"는 말로 훈련에 불참했다. 2라운드까지 경기에는 출전했지만 웨이트 훈련만 할 뿐 공 훈련에선 열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밀당(밀고 당기기)'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 달래듯 어르는 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무턱대고 훈련을 거부하는 쥬리치의 태업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신 감독은 면담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한국에 계속 남고싶으면 훈련에 의지를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하지 마라." 쥬리치 한 명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깨지는 것을 우려한 신 감독의 결단이었다. 신 감독은 "쥬리치만 봐준다는 모습으로 비쳐지면 국내 선수들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수 있었다. 쥬리치의 상황도 이해가 갔지만 강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시즌 초반 쥬리치가 원하는 것을 맞춰 줄 수밖에 없었다. 팀 사정때문이었다. 세터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해도 쥬리치는 자신의 몫 이상을 해줬다. 쥬리치는 1~2라운드 때 팀 내 공격 절반을 책임졌다. 공격 성공률도 50%에 가까웠다. 세터의 토스가 입맛에 맞게 올라오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세터에 대한 쥬리치의 불만이 늘어나자 신 감독은 또다시 양보를 했다. 지난해 12월 말 현대캐피탈과 임대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그러나 정규리그 중간 임대 트레이드는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히면서 세터 영입에 실패했다.

상황이 급변하자 신 감독은 쥬리치의 응석을 더 이상 받아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쥬리치에게 책임감을 부여했다. 신 감독은 "세터가 못 맞춰줄 경우 앞으로 더 신경써서 때려달라. 그리고 훈련을 같이하면서 세터와의 호흡을 더 맞추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자존심이 센 쥬리치는 자신을 채찍질한 신 감독에게 반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쥬리치도 신 감독의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코트에선 '짜증'보다 '웃음'이 늘었다. 쥬리치의 꾸준한 활약 덕분에 4라운드까지 4위를 달리던 한국전력은 5라운드부터 3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3년 만에 '봄 배구'를 즐길 수 있는 반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팀 내 비중이 큰 외국인 공격수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던 신 감독의 밀당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다. 신 감독은 "이제는 나와 쥬리치 사이에 두터운 신뢰가 형성돼 있다. 쥬리치의 경우를 통해 나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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