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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감독, 프로의식 일깨우는 '관리의 神'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10-23 17:18 | 최종수정 2013-10-24 07:57


김호곤 울산 감독. 상암=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김호곤 울산 감독(62)은 평소 선수들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특히 프로 선수라면 훈련 시간 이후 개인 몸 관리와 영양 섭취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다. 그런데 최근 김 감독은 클럽하우스를 불시에 순찰했다. 깜짝 놀랐다. 몇몇 선수들의 방에서 라면이 발견된 것이었다. 김 감독은 곧바로 라면 금지령을 내렸다. 벌금은 1000만원으로 정했다. 김 감독은 "저녁식사 이후 출출할 때 가끔씩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라면은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음식이다. 요기를 하더라도 영양가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오랜 만에 클럽하우스 순찰을 돈 이유는 한 가지다. 울산이 20일 K-리그 클래식 맨 꼭대기에 올라선 시점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영양가 있는 음식 섭취를 통해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시켜 리그 우승까지 바라보겠다는 복안이다.

이렇듯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지 28년째인 김 감독은 '관리의 神'이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관리의 시점이다. 오랜 코치 생활로 상황, 경기내용, 생활 등 순간순간 바뀌는 분위기에 따라 선수들의 심리를 활용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 성격을 100% 알기 때문에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프로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하게 얘기할 선수가 있고, 웃으면서 타이르듯이 해야 할 선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선수 관리에도 도가 텄다. 선수 뿐만 아니라 선수의 가족까지 잘 챙긴다. 가끔씩 선수들의 가족을 모두 불러 사비를 털어 회식을 가진다.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선수들은 자신의 가족까지 신경쓰는 김 감독을 '양아버지'같이 따른다. 보답은 그라운드에서 결과물로 보여주고 있다.

꼼꼼한 관리는 구단 버스 안에서도 이뤄진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 게임을 즐긴다. 잠을 자는 선수도 많다. 그러나 김 감독은 '보는 것도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8분, 12분, 15분으로 편집한 각국 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 골모음을 버스 안에서 틀어준다. 자연스럽게 득점 과정을 선수들의 머릿 속에 각인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반드시 영상을 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보고싶은 선수들만 보라는 취지다. 그러나 영상을 보면 자연스럽게 득점 과정이 각인된다. 이젠 휴대폰게임 대신 영상을 보는 선수가 많아졌다"며 웃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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