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졌다. 빨라졌다. 더 강해졌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의 모습이다.
한국은 2일 화성 스포츠타운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숙적 일본과의 2013년 러시앤캐시 월드리그 대륙간라운드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25-21, 25-23, 11-25, 25-22)로 승리했다.
앞서 1일 경기도중 3세트에서 '주포' 문성민(현대캐피탈)이 백어택을 때리고 착지하다 다쳤다. 정밀진단 결과는 왼무릎 십자인대 파열. 월드리그 잔여경기 뿐만 아니라 2013~2014시즌 V-리그 초반 출전도 어려워졌다. 과거 대표팀이었다면, 곧바로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박기원호의 전력은 달라져 있었다. 세대교체의 힘이었다. 2일 문성민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전광인(성균관대)과 곽승석(대한항공)이 버티고 있었다. 전광인은 지난해 대표팀에서 이름을 알렸다. 신진식-이경수-문성민의 한국 남자배구 레프트 계보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다. 1년 사이 어마어마한 성장세가 눈에 띄였다. 파괴력 높은 스파이크에다 노련미까지 가미됐다. 이날 전광인은 팀 내 최다인 23득점을 폭발시켰다. 공격 성공률은 59.32%에 달했다. 전광인은 총 37득점으로 공격수 부문 6위에 올랐다. 곽승석도 분투했다. 13득점을 기록, 전광인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점수를 올렸다. 리시브도 안정적이었다. 곽승석은 현재까지 73.77%의 리시브 성공률로 리시브 부문 2위에 랭크돼 있다.
세대교체는 리베로에서도 빛을 발했다. 12년간 '월드 리베로'로 활약하던 여오현(현대캐피탈)의 자리를 이강주(삼성화재)와 부용찬(LIG손해보험)이 꿰찼다. 이강주는 당당하게 리시브 부문 1위(75.66%)를 차지하고 있다. 탄탄해진 수비의 핵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기원호의 경쟁력은 '스피드 배구'다. 박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위해 체력과 집중력, 정확한 서브리시브를 요구했다. 선수들은 박 감독의 배구를 구현해냈다.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조직력은 톱니바퀴 돌아가듯 척척 들어맞았다. 박빙의 승부에서 보여준 높은 집중력도 숙적 일본을 넘어설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세터 한선수(대한항공)의 두뇌플레이도 돋보인다. 한선수는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는 재치있는 토스워크로 공격을 쉽게 만들었다. 3~4차전에서 맞붙게 될 '장신군단' 핀란드를 넘어서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이 스피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블로킹이다. 박상하(드림식스)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세트당 2.25개의 블로킹 성공률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 신영석과 박상하 이선규(현대캐피탈) 등이 더 연구해야 할 몫이다.
화성=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3년 러시앤캐시 월드리그 2차전
한국(2승) 3-1 일본(2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