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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4회 연속 우승에 짜릿하게 성공했다.
안세영이 왜 '여제'인지 입증한, 1시간35분간 이어진 드라마같은 결승전이었다. 이날 결승 상대는 상대전적 9승4패로 우세를 보였던 선수다. 2개월 전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새해 첫 우승을 차지할 때 결승서 2대0 완승의 제물로 삼았기도 했기에 안세영이 밀릴 이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전날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 3위)와의 준결승에서 다리 부상 불안감을 노출했을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2대0으로 승리하는 과정에서 2게임 막판에 오른쪽 허벅지 통증에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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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의도한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허리를 숙인 채 힘들어 하는 표정을 자주 보이는 등 체력적으로도 크게 저하된 모습이었다. 결국 13-19 이후 연속 공격 미스로 완벽하게 기선제압을 당하고 말았다.
안세영의 고전은 여기까지였다. 2게임 들어 경기력을 회복하며 반전 희망을 보였다. 특히 6-6 상황에서 무려 79회의 랠리를 1분29.5초 동안 펼치는 접전 끝에 귀중한 1점을 따내는 투혼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너무 긴 랠리 끝에 실점이라 왕즈이도 지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안세영도 지치기는 마찬가지, 어렵게 잡은 반환점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컨디션이 떨어진 안세영의 샷이 여전히 정교하지 못했고 준결승까지 무결점이었던 수비 반응 속도도 회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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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쉽게 무너질 세계 1위가 아니다. 왕즈이의 신들린 수비에 좀처럼 역전 리드를 잡지 못한 채 동점을 거듭하던 안세영은 18-18 이후 대반전의 승부처를 만들어 냈다. 안세영은 체력 소모가 급격해진 상대의 허점을 파고 들며 완벽한 공격으로 연속 득점에 성공, 게임 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극적으로 흐름을 가져 온 안세영은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마무리 샷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자 둘의 표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먼저 큰 위기를 넘긴 이후 안세영은 뒷심이 살아나는 모습이었고, 하향세로 접어 든 왕즈이는 주눅들기 시작했다. 2-0으로 3게임을 먼저 출발한 안세영은 1실점 이후 다시 정교한 크로스 헤어핀으로 대응했고, 다시 실점 이후에도 곧바로 강력한 스매시로 4-2, 리드를 지켜나갔다.
이후 1~2점을 주고 받는 숨가쁜 레이스가 펼쳐졌다. 안세영은 수비를 위해 허슬플레이로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불편한 오른 다리로 인해 하중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 듯 왼쪽 무릎을 주무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나 안세영은 과거 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에서 '금빛 영광'을 선사할 때 '부상 투혼의 아이콘' 아니었던가. 안세영은 고통을 꾹 참아가며 18-18까지 피말리는 접전을 이어갔다. 금방 쓰러질 듯 하다가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안세영은 상대의 미스를 유도하는 연속 득점으로 매치포인트에 먼저 올라섰고, 마지막 상대의 샷마저 라인 아웃을 만들며 만세를 불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