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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공단의 역량 더 강하게, 바로 세우겠다."
"부산 촌놈이라 아직 잘 모른다"고 웃음을 먼저 선사한 하 이사장은 "체육 공공기관의 수장이 되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 지난 1년간 상임감사로 지켜보니 공단의 역할과 예산, 업무 중요성 등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 하게 컸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일하겠다"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하 이사장은 특유의 거침없는 말솜씨를 곁들여 공단의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공단 직원들의 역량은 좋은데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업무 수준에 길들여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우리 기금운용팀이 일을 잘해서 2000억원의 수익을 내도 공단이 독립적으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보람도 느끼지 못하는 구조도 불합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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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점은 한 가지밖에 모른다는 것"이라며 집중력과 뚝심을 강조한 하 이사장은 역점 추진사업 중 하나로 학교체육 활성화와 체육중·고교 회생을 꼽았다. 그는 "학교체육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단순 신체활동이 아니다. 스포츠를 통해 정의와 배려심 배우고, 땀 흘리고 고통을 이겨내면서 자존감이 생기는 것이다"면서 "기피 대상이 된 학교체육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쏟겠다. 스포츠를 통해 대전환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 16개 시·도의 체육중·고교를 되살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16개 시·도 체육학교의 획기적인 시설 개선으로 학부모도 보내고 싶은 지역의 거점 인재 양성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당 50억원(총 800억원)을 지원하면 충분할 것이다. 각 지역 체육대학에 대해서도 총 1000억원 정도 재정을 투입해 지역 거점 체육대로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교육부와 협력을 통해 체육진흥기금 50%+교육부 예산 50%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2000억원의 재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게 하 이사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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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사장은 최근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에서 노출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와 이리 됐노(왜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날 때도 많았다"면서 "원칙이 깨지고 정상화가 되지 못해 그렇다. 이제는 전문가가 대한체육회장이 되는 시대가 됐다. 선수들의 인식은 21세기인데, 중앙·지역 체육단체의 방식은 구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언젠가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 이사장은 "대한체육회장은 체육을 온몸으로 했던 분, 체육의 가치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분이 됐으면 좋겠다. 세계적으로 공헌한 젊은 후배들도 많지 않은가. 그런 후배들이 전문가로서 한국 체육을 이끌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겠다"며 체육계 대선배이자 '어른'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여러 차례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 하 이사장은 자신의 큰 그림을 표할 때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원칙 있는 서울올림픽 정신으로,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데 헌신하겠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