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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스스로 섬에 갇혀버렸어."
예견된 결별이었다. 텐 하흐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올 시즌 개막 후 9경기에서 3승(2무4패)에 그치는 '역대급 부진'으로 14위로 추락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3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국 웨스트햄전이 고별전이 됐다. 맨유는 지난 27일 웨스트햄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2로 패했다. 텐 하흐 감독은 웨스트햄전을 마치고도 "경기력이 좋았다"고 자위했지만, 수뇌부의 판단은 달랐다.
맨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에릭 텐 하흐 감독을 유임시켰다. 당초만 하더라도 결별이 유력했다. 맨유는 리그에서 8위에 머물렀다. 1990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글레이저 가문 시대를 넘어 새롭게 수뇌부를 꾸린 맨유는 텐 하흐 감독과 작별하고, 새로운 감독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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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는 올 여름에도 지갑을 열었다. 마타이스 더 리흐트, 누사이르 마즈와리, 레니 요로, 조슈아 지르크지를 영입하며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 물론 우승 전력은 아니지만, 분명 우승권을 위협할 수 있는 스쿼드다. 하지만 맨유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 텐 하흐 감독은 언론에 불만만 늘어놓았다. 특히 9월 30일 홈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6라운드 대패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퍼부었다. 이날 토트넘은 캡틴이자 주장 손흥민이 빠지며,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반면 맨유는 주전 선수들을 총출동시켰다. 맨유에 유리한 분위기였지만,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0대3 대패였다.
맨유팬들은 당장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맨유 수뇌부는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텐 하흐 감독에 대한 지지의 뜻을 전했다. 맨유 CEO인 오마르 베라다는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우린 여전히 에릭을 믿는다. 그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린 에릭이 우리에게 맞는 코치라고 생각하고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댄 애시워스 맨유 스포츠디렉터도 "지난 8주 동안 에릭과 함께 일한 것이 정말 즐거웠다는 것을 반복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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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반등은 없었다. 텐 하흐 감독의 입만 더욱 거칠어졌다. 맨유도 주판알을 튕겼지만, 당장 경질은 쉽지 않았다. 영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할 경우, 맨유는 약 1750만 파운드(약 309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당장 직원들을 해고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맨유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액수다. 맨유는 계속된 부진에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두고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결국 거취는 또 다시 결정되지 않았다. 텐 하흐 감독은 휴가를 다녀오는 등 당당한 태도로 맞섰다.
텐 하흐 감독은 또 다시 기회를 잡았지만, 끝내 팀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맨유는 부진한 경기력과 결과로 일관했다. 텐 하흐 감독은 부임 후 2년 6개월 동안 선수 영입에 역대 맨유 사령탑 중 가장 많은 6억4580만파운드(약 1조 1610억원)를 썼다. 조세 모리뉴 감독 시절 4억6610만유로(약 6980억원),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시절 4억5080만유로(약 6750억원), 루이스 판 할 감독 시절 2억6850만유로(약 4020억원)를 각각 지출했다.
지난 2년간 영입된 선수는 안토니, 카세미로,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라스무스 회이룬, 메이슨 마운트, 안드레 오나나, 마타이스 데 리흐트, 레니 요로, 마누엘 우가르테, 조슈아 지르크지 등이다. 선발진을 완벽히 뜯어고칠 정도로 투자를 감행하고도 반등하기는커녕 역대 최악의 기록을 경신했다. 텐 하흐 감독은 맨유에서 총 128경기를 지휘해 70승23무35패, 승률 54.7%를 기록했다. 모든 면에서 최악이었다. 결과는 경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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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나는 항상 해외로 나갈때 축구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석 코치 한명만 데려갔다. 항상 현지 코치나 조언자를 택했다. 클럽이나 나라는 잘 아는 사람들 말이다"라며 "압박에 똑같이 맞서려 하면 안된다. 그러면 언젠가 폭발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