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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단은 지난 한 달가량의 점검 끝에 업무방해와 금품 등 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이기흥 회장을 비롯해 8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업무추진비 부적정 집행 등 기타 규정 위반 사항도 파악했다며 11명(수사의뢰 대상자와 7명 중복)에 대해선 법에 따른 관련 조처가 내려지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하기로 했다.
문체부가 체육계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대한체육회와 대립각을 세워온 가운데 이날 점검단의 발표로 이 회장의 3선 도전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에서 회장에 당선된 뒤 올해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이 회장은 3선 도전 여부를 명확하게 밝힌 적은 없지만,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3번째 임기 도전 관련 심사 자료를 제출해 사실상 연임을 위한 정지 작업에 착수했다.
스포츠공정위는 4일 소위원회를 열어 1차 심사를 했고 이 내용을 토대로 오는 12일 전체 회의에서 이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전체 회의를 이틀 앞두고 나온 이날 발표는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저지할 정부의 마지막 '한 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점검단은 체육회의 각종 비위뿐만 아니라 이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 등을 두루 지적해 훼손된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특히 이 회장이 자녀의 대학 친구를 국가대표선수촌에 채용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점, 체육회 고위 간부가 이 회장의 승인하에 특정 종목단체 회장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이나 경기복 구입 비용 대납을 요청한 사실과 이를 승낙한 종목단체 회장이 파리 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은 점을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참관단의 부적절한 운영, 체육회의 허술하고 방만한 후원 물품 모집 및 관리 체계 등 점검단이 문제 삼은 대목에 이 회장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
여기에 이 회장이 직원에게 상습적인 욕설과 폭언을 한 점,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직원들과 '폭탄주 회식'을 한 사실이 점검단의 조사로 백일하에 드러나 이 회장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체육회에서 소유한 2018 평창 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 중 휴대전화 20대를 포함해 6천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회장실로 배당받아 일부를 기록 없이 지인에게 제공한 의혹도 나왔다.
이런 점검단의 발표 내용은 이 회장이 '체육 대통령'으로서 대한체육회 회장의 지위를 이어갈 만한 인물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더구나 이 회장은 최근 스포츠윤리센터 조사를 통해 대한테니스협회장 보궐선거를 방해한 혐의로도 수사 의뢰된 상황이어서 스포츠공정위가 이 회장의 차기 선거 출마를 승인할지 관심이 쏠린다.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으며, 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거치면 3선도 도전할 수 있다.
3연임 후보자 심의 기준은 '재정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해 평가한 결과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다. 또 '국제스포츠기구 임원 진출 시 임원 경력이 필요한 경우'를 예외 규정으로 뒀다.
관건은 이 회장 체제에서 선임된 스포츠 공정위원들이 이 사안을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판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수사 의뢰'라는 절대 가볍지 않은 정부 조사단의 발표와 체육계 안팎의 비판에도 공정위원들이 이 회장의 3선 도전 길을 터주면, 이 회장은 걸림돌 없이 내년 1월에 열리는 차기 회장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선거에 입후보하면 선거법상 정부는 이 회장의 연임을 더는 막을 수 없다. 단, 문체부는 이 회장이 3선에 성공하더라도 회장 인준(승인)을 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못을 박았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과 체육회 간부들은 이 회장의 3선 도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으나 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는 노조의 행동이 선거 개입이자 공정성 훼손이라고 비판하는 등 현재 체육계는 분열 직전에 있다.
이 회장은 11일 국회 문체위의 현안질의에도 국외 출장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song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