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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기숙사 방에 들어갔는데, X룸처럼 방 하나하나에 제 사진을 달아 놨더라고요. 정말 감동이었어요."
한국의 하계 올림픽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하계 올림픽 역대 100번째 금메달 등 역사적인 기록도 세운 반효진은 지난 7일 귀국한 뒤 11일 저녁 대구체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친구들과 마라탕을 시켜 먹고 웃음꽃을 피우며 고등학생의 평범한 삶을 잠시 만끽했다.
소총 종목인 만큼 부피가 큰 총기와 사격복 등으로 짐이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친구들이 무거운 캐리어들을 모두 기숙사 방으로 옮겨줘 금메달리스트 대우를 톡톡히 받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기숙사 방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반효진은 천장에 붙은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잔잔히 흔들리는 수십장의 사진들과 마주했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 속 X룸(수많은 사진들로 가득한 추억공간)처럼 꾸며진 방의 바닥엔 꽃길이 펼쳐졌고, 꽃길 끝에 위치한 베란다 창문엔 금색 커튼 장식과 함께 반효진의 영문 이니셜인 BHJ가 풍선으로 장식돼 있었다.
반효진은 "내 캐비넷에도 사진이 엄청 붙어 있었는데, 한 장 한 장 다시 보면서 우리들의 추억을 돌아볼 수 있었다"며 "내 얼굴을 그려 놓은 풍선을 보고 빵 터지기도 했다. 직접 레터링한 케이크도 준비했더라"라고 그날의 감동을 떠올렸다.
당시엔 몰랐지만 이니셜 'J' 풍선이 좌우가 뒤집혀 붙어 있는 걸 친구들과 뒤늦게 사진을 보고 확인했다며 또 하나의 재밌는 추억이 생겼다고 활짝 웃었다.
반효진은 지난 16일 강원 춘천시 공공사격장에서 열린 2024 춘천시장배 전국사격대회 공기소총 10m 여고부 단체전에서는 곽다혜, 노기령, 박계은 등 동료들과 1천875.8점을 합작해 정상에 올랐다.
각종 행사와 인터뷰가 밀려드는 바람에 제대로 훈련할 시간이 없었지만 귀국 후 치른 첫 대회에서 '단체전 1위'라는 목표는 이뤘다.
반효진은 "제대로 훈련한 건 반나절뿐이었다. 총을 쏘는데, 내가 아닌 것 같았다"면서도 "목표대로 단체전 상금 100만원을 받아 다 같이 소고기 파티를 했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반효진은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아니다'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
골프 최민경이 지난 16일 "반효진이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아니다'라고 말한 게 크게 와닿았다. 이 말을 듣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는데, 반효진은 기사를 통해 이 사실을 접했다고 한다.
반효진은 "정말 내게 필요한 말이다. 나는 어딜 가든 막내고, 내가 제일 못할 걸 안다. 나는 이제 경험을 막 쌓고 있는 아기일 뿐"이라면서도 "나도 별거 없는데, 언니들도 사람이다. 나와 크게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함과 자신감을 동시에 채워주는 구절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올림픽 기간 룸메이트였던 공기소총 혼성 은메달리스트 금지현(25·경기도청)에게는 많이 의지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반효진은 "금메달을 따면 대회 끝까지 파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이미 은메달을 딴 언니가 '넌 끝까지 남아라'라고 말해준 덕분에 금메달을 딴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은 밤마다 드라마를 같이 보며 라면을 먹었고, 웃음 코드가 잘 맞는 둘이 깔깔대는 소리에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금지현, 반효진의 방이라는 걸 알 정도였다고 한다.
반효진은 "장난을 잘 받아주고 대표팀 분위기 자체를 편하게 잡아준 언니에게 우리 학교 임시 코치로 와달라고 할 정도였다"며 "내가 말하기도 전에 언니가 먼저 챙겨주는 게 많았다.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soruh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