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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엄마 사수' 금지현(경기도청)의 또 다른 꿈은 '엄마 같은 지도자'다.
'멘털'이 중요한 종목인 만큼, 고민과 스트레스를 홀로 삭이는 대신 적극적인 상담으로 각자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낸다면 사격 선수들의 기량도 훨씬 올라갈 거라는 생각에서다.
"엄마 같은 지도자, 선수들의 방패가 되어주는 지도자"를 목표로 세운 금지현은 "사격이 개인 종목인 만큼 서로 경쟁도 치열하지만, 누군가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지현은 2000년생이지만, 무섭게 성장한 '더 어린' 선수들 덕분에 대표팀에서는 언니 노릇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사격의 금메달 3개를 책임진 양지인(2003년생·한국체대), 오예진(2005년생·IBK기업은행), 반효진(2007년생·대구체고)은 모두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들이다.
가장 먼저 은빛 총성을 울린 금지현은 동생들에게 좋은 기운을 팍팍 불어넣었다.
오예진에게는 '힘 빠지는' 응원법이 주효했다.
10m 공기권총 결선 응원을 위해 관중석에 앉은 금지현은 마치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누구보다 힘없는 말투로 "파이팅…"을 반복했다고 한다.
금지현은 "예진이가 내 응원을 듣고 웃겼다고 한다. 정말 몸에서 (쓸데없는) 힘이 빠져서 잘 맞았다더라"라며 뿌듯해했다.
룸메이트 반효진에게는 '금메달 저주'를 퍼부었다.
금지현은 "금메달을 따면 대회가 끝날 때까지 귀국하지 못하고 파리에 있어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효진이에게 '금메달 따고 마지막 날에 귀국해라! 넌 나랑 같이 못 간다'고 저주하자 효진이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못했는데 진짜 금메달을 땄다"며 웃었다.
양지인에게는 행운의 부적 키링을 선물했다.
금지현은 "지인이 이집트에서 사온 풍뎅이 모양 기념 키링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이길래 그냥 가져왔는데, 그걸 달고 은메달을 땄다. 행운을 주운 거였다"며 "문득 마주친 지인이에게 그냥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이가 키링을 갖더니 진짜 금메달을 땄다"며 신기해했다.
'은메달리스트'이자 '엄마' 금지현의 삶도 소개했다.
이제는 총을 놓은 전 동료가 '엄마는 강하다'고 축하해준 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금지현은 지난 5월 국제사격연맹(ISSF) 바쿠 월드컵에서 딴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 은메달은 딸 서아 양의 새로운 장난감이 됐다며 "앞으로도 장난감을 계속 갖다주겠다"고 웃어 보였다.
울산 친정집 주변에서 딸·남편과 산책할 때면, 지나가는 주민들이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과 금지현을 번갈아 본 뒤 '은메달리스트'를 알아보고는 사진 촬영을 요청한다고 한다.
귀국 직후 집에 도착해 남편의 깜짝 편지를 읽었다는 금지현은 "그간의 미안함과 고마움, 안쓰러움과 대견함 등을 고백하는 남편의 진심이 전해져 감동적이었는데, 글씨를 너무 못 써서 몰입이 깨지더라. 눈물이 나오려다가 쏙 들어갔다"며 웃었다.
메달 공약이었던 '둘째' 계획에 대해서는 "남편은 총을 완전히 내려놓으면 둘째를 갖자고 하더라"라면서도 "그래도 노력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지현은 이번 봉황기에서 행사 참석 일정으로 주 종목인 10m 공기소총 경기를 건너뛰었고, 전날 50m 소총 3자세와 이날 치른 50m 복사에서는 각각 본선 31위, 32위를 기록했다.
금지현은 "주 종목이 아니라서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스트레스를 푼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결과는 2025 국가대표 선발에 반영되는데, 금지현은 "이전 대회들 성적에서 압도적인 1등을 달리고 있다. 내달 초 경찰청장기에서 원래 쏘던 대로만 하면 태극마크를 다는 데는 별로 무리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전체 1위로 선발전을 통과할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금지현은 "자신 있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soruh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