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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주효는 의사가 '최소 3년'이라고 예상했던 재활 기간을 '1년'으로 줄였고,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이어 올해 4월 태국 푸껫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남자 73㎏급 경기에서 인상 150㎏, 용상 195㎏, 합계 345㎏을 들어 5위를 차지하며 2024 파리 올림픽 진출권도 따냈다.
기적처럼 바벨 다시 든 박주효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역도 남자 73㎏ 결선에서 인상 147㎏, 용상 187㎏, 합계 334㎏을 들어 7위를 했다.
극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용상 3차 시기에서 196㎏을 시도하다가 바벨을 등 뒤로 떨어뜨린 뒤 박주효는 눈물을 흘렸다.
3위를 차지한 디미트로프 안드리프(불가리아)의 합계 기록은 344㎏(인상 154㎏·용상 190㎏)이었다.
박주효가 4월 IWF 월드컵에서의 합계 345㎏을 들었다면, 동메달도 딸 수 있었던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박주효는 "경기 직전 워밍업할 때 몸 상태가 정말 좋았다. 안 좋을 때 버릇도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그 버릇이 인상 경기를 할 때 또 나와버렸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어 "용상을 준비할 때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두통이어서 너무 당황했다"며 "정신을 붙잡고 용상 2차 시기 187㎏을 들었는데, 3차 시기 196㎏은 들지 못했다. 대체, 왜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두통을 느꼈는지 나도 이해할 수 없다"고 울먹였다.
박주효는 사연 많은 선수다.
중학교 때까지 야구 선수로 뛰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역도로 전향했다.
야구에 미련은 남았지만, 곧 역도 선수로서의 재능을 뽐냈다.
고교 3학년 때 역도 국가대표가 됐고, 2019년에는 파타야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7위에 올랐다.
하지만, 박주효는 2021년 군 복무 중 당한 허리 부상 탓에 한동안 바벨을 잡을 수 없었다.
역기를 들 수 없는 순간에도 박주효는 역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너무 무리하면 걷기도 힘들 수 있다"는 경고에도 박주효는 재활 훈련에 매진했고, 의료진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회복해 2022년에 다시 플랫폼 위로 돌아왔다.
박주효는 "수술 후에 허리를 완전히 숙일 수 없는 상태에서 바벨을 들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척추뼈 4번과 5번 사이에 핀이 박혀 있다. 수술 부위에는 문제가 없는데 다른 부위에 통증을 느끼면 내 마음이 무너져 버린다"며 아직 심리적으로는 완쾌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힘든 상황에서도 박주효는 파리 올림픽만 바라보며 달렸다.
그래서 이날의 결과가 더 허무했다.
박주효는 "파리 올림픽만 바라보며 웃고 울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지금은 바벨을 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힘겨운 순간, 박주효를 지탱해준 건 역도와 노래였다.
박주효는 지난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 임영웅의 '이젠 나만 믿어요'를 열창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역도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지만, 나는 역도 선수니까 역도를 잘해서 주목받아야 한다"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한국 역도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고개 숙였다.
허탈함에 바벨을 보기 싫다고 했지만, 박주효는 다시 바벨을 통해 일어설 수밖에 없다.
그는 "사실 며칠만 쉬어도 바벨을 잡고 싶어진다"며 "아마도 며칠 만 쉴 것 같다"고 했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