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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셀피(Victory Selfie)'가 올림픽 시상식 문화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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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셀피'는 메달 수여와 국가 연주, 손을 흔드는 인사가 거의 전부였던 건조한 시상식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뉴노멀'이 됐다.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잘파 세대(Z세대+알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에게 '인증샷'이 생활화됐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더 컸다. 현장에서도 셀피 찍는 장면이 시상식 '하이라이트'가 되면서,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고 있다.
"파리올림픽의 진정한 승자는 삼성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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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올림픽 무선 분야 글로벌 독점 마케팅 권한을 부여받은 삼성전자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갤럭시 노트3 3000대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갤럭시S7 엣지 1만2500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갤럭시 노트8 4000대 등을 선수단에 선물해왔다.
이 뿐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0일 올림픽 개막을 앞둔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 2024'를 개최하고, 개막식 당시 선수들의 입장 모습을 갤럭시S 24 울트라로 촬영해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파리 시내 곳곳에 '삼성 올림픽 체험관'을 개관하고 올림픽 팬을 위한 디지털 커뮤니티를 공식 론칭하는 등 전방위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야심작인 AI폰의 전세계 '쇼케이스'를 진행 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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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도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힘을 보탰다. 올림픽은 전 세계의 많은 글로벌 기업 CEO들이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네트워킹을 진행하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현장을 찾은 이재용 회장은 펜싱 경기 직관은 물론 지난달 25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초청으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및 마크롱 대통령이 공동 주최한 파리 올림픽 개막 전야 만찬에도 참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진행된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을 응원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IOC 위원인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도 파리올림픽 현장을 누볐다.
'빅토리 셀피'의 시상대 공략은 선수 대부분이 잘파세대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 갤럭시는 올해 상반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국내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에 비해 젊은 세대 점유율에서 밀리고 있다. 한국갤럽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현재 사용 스마트폰 브랜드를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애플이 64%로 강세를 보였다. 향후 구입 의향 브랜드 역시 20대의 60%가 애플을 선택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갤럭시 Z 폴드6와 Z 플립6는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다. 실제 Z 플립6 사전 판매 기간 구매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50%를 넘어서며 전작인 Z플립5의 43%를 넘어섰다. 또래들의 소비에 민감한 잘파세대들이 이번 올림픽 시상대에 선 선수들의 '빅토리 셀피'에 열광하는 만큼, 이번 올림픽 마케팅이 향후 판매 증가 및 이미지 제고로 이어질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올림픽 공식 후원을 개시한 직후인 1999년의 삼성 브랜드 가치는 31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3년엔 세계 5위인 914억 달러로 약 30배 가까이 성장했다.
파리올림픽 출장에서 돌아온 이재용 회장은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해서 기분이 좋다. (갤럭시 Z) 플립6 셀피 마케팅도 잘 된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8년 LA올림픽까지 IOC와 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어떤 스마트폰으로 시상대에서 셀피를 찍을 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세형·김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