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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세영 파문'에 숨었던 배드민턴협회 수뇌부, 몰래 조기 귀국했다…항공편 급변경 선수단 동행 귀국 취소, 오전에 입국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4-08-06 23:31 | 최종수정 2024-08-07 11:02


[단독]'안세영 파문'에 숨었던 배드민턴협회 수뇌부, 몰래 조기 귀국했다…
안세영이 5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와 맞붙었다. 부상을 이겨낸 안세영의 경기 모습. 파리(프랑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8.5/

[단독]'안세영 파문'에 숨었던 배드민턴협회 수뇌부, 몰래 조기 귀국했다…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이 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책임있는 어른은 어디에?'

'안세영 폭탄발언' 사건으로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2024년 파리올림픽에 파견됐던 대한배드민턴협회 수뇌부가 몰래 조기 귀국 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리올림픽 현장에서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뒤 협회를 향해 작심 비판을 하자 귀국 항공편 일정을 급히 바꿔가며 먼저 귀국한 것이다.

7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협회는 김택규 회장을 필두로 전무이사, 경기력향상위원장, 사무처장, 일부 시·도협회장, 실업팀 감독 등 10여명의 한국 배드민턴대표팀 지원·응원단을 꾸려 파리로 파견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협회의 분과위원회 가운데 대표팀 관리를 직접 관장하는 핵심 기구다. 여기에 김 회장과 전무이사, 사무처장 등 협회 임·직원을 포함하면 한국에 있던 협회를 파리로 옮겨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안세영 발언'과 관련해 책임있는 수뇌부가 모두 파리 현장에 있었던 셈.

지난 5일 안세영이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뒤 인터뷰에서 협회를 비판하는 작심 발언을 한 뒤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을 때 아무런 입장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올림픽 현장에 파견된 한국 취재진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단독]'안세영 파문'에 숨었던 배드민턴협회 수뇌부, 몰래 조기 귀국했다…
(파리=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원호·정나은이 6일 오전(현지시간) 파리 중심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날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안세영은 불참했다. hkmpooh@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 사이 안세영의 작심 비판으로 인한 파장은 확산일로였고, 28년 만의 여자단식 금메달, 혼합복식 은메달의 성과로 축하받아야 했던 대표팀 분위기는 쑥대밭이 됐다. 그렇게 하루를 넘기는 동안 김 회장 등 협회 관계자 3명은 파리→한국행 귀국 항공편 일정을 급히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들은 7일 오후 3시55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항공편을 통해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안세영 발언 파문이 터지고 난 뒤 갑자기 시간을 앞당겨 에어프랑스(AF)264편으로 바꿔 7일 오전 8시40분 인천공항 도착 탑승권을 구매했다. 실제 스포츠조선 확인 결과 김 회장 일행 3명은 현지시각 6일 오후 1시25분 출발하는 AF264편에 탑승했다.


이처럼 몰래 조기 귀국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세영 발언 파문으로 인해 몰리는 관심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협회 수뇌부가 당초 그렸던 '그림'은 올림픽에서 성과를 거둔 대표팀 선수단이 '금의환향'할 때 함께 웃으며 나와서 기념 촬영을 하고, 환영도 받는 장면일 것이다.

안세영의 작심 비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데도, 파리 현지에서 회피하는데 급급한 데다 협회 측의 반응을 아직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입국장 현장에서 국내 취재진의 관심이 협회의 '입'에 몰릴 수밖에 없는 게 불 보듯 뻔했다. 이런 곤란한 상황, 여론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오전에 일찍 귀국하는 것으로 급히 변경했다는 게 주변의 시선이다.


[단독]'안세영 파문'에 숨었던 배드민턴협회 수뇌부, 몰래 조기 귀국했다…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배드민턴 대표팀 선수단의 귀국 환영식. 맨 오른쪽이 김택규 회장. 영종도=연합뉴스
그도 그럴 것이 김 회장은 지난해 세계선수권(8월)과 항저우아시안게임(10월)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내고 귀국했을 때 빠짐없이 선수단과 함께 환영식을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성적으로 놓고 보면 28년 만의 쾌거+2008년 이후 최고 성적을 달성한 파리올림픽에서도 선수단과 동행 귀국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이번엔 사라졌다.

6일(현지시각) 오전 10시30분 파리의 코리아하우스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 김원호-정나은의 기자회견이 시작된 뒤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축하를 받아야 했던 김원호-정나은은 난감한 분위기에 진땀을 빼야 했고, 선수들만 버려둔 채 협회 관계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취재진도 어리둥절했다. '선수 뒤에 숨은', '무책임한' 협회를 비판하는 현지 보도가 잇따랐다.

특히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진상조사와 스포츠계 전반적인 실태 파악 방침을 발표한 터라 이슈 당사자인 협회를 향한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그 시간, 취재진이 애타게 찾고 있던 협회 수뇌부는 몰래 예매한 탑승권을 들고 샤를드골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선수 뒤에 숨은 것에서 한 술 더 떠 나몰라라 도망치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오히려 이런 행동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냐. 피하기만 한 초기 대응은 잘못됐다"면서 "안세영의 비판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안세영이 이래서 협회를 향해 쓴소리를 했나'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세영은 '폭탄발언' 인터뷰 후 SNS에 추가한 의견문에서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주시고 해결해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했다. 협회의 '어른'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스포츠조선은 파리에서 출국하기 전 현지의 협회 관계자들에게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역시 응답이 없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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