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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단 네 번의 도약과 점프면 충분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절대강자'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런 페이스는 파리 올림픽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날 듀플렌티스는 첫 시도로 5m70을 1차 시기에 뛰어넘었다. 이어 5m85와 5m95도 가볍게 1차 시기에 성공했다. 여기까지 단 세 번의 점프로 샘 캔드릭스(미국)와 공동 선두였다. 그러나 듀플렌티스는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6m00로 바를 높인 듀플렌티스는 이 역시도 1차 시기에 넘어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단 네 번의 점프로 올림픽 2연패의 업적을 거머쥔 듀플렌티스의 도전은 계속 이어졌다.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남자 장대높이뛰기 실내외 통합기록 1위부터 9위까지는 모두 듀플렌티스가 갖고 있다. 세계신기록 달성을 위해서는 자기가 세운 기록을 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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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플렌티스는 점점 '인간계'를 떠나 '천상계'로 뛰어올랐다. 다음 도전은 6m25였다. 역사상 아무도 넘지 못한 높이다. 지난 4월 듀플렌티스가 6m24를 넘은 게 세계기록이었다. 1차 시기는 실패. 2차 시기에도 바를 건드려 떨어트렸다. 듀플렌티스가 아직 중력의 영향을 받는 인간이라는 게 확인되는 듯 했다.
하지만 듀플렌티스는 3차 시기에 기어고 6m25의 높이를 뛰어넘었다. 바는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 신기록이 달성됐다. 이로써 듀플렌티스는 무려 9번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9번이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가 갈아치우길 반복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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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은메달을 딴 캔드릭스는 5m95를 기록했다. 듀플렌티스의 기록이 무려 30㎝나 높았다. 범접할 수 없는 격차다. 동메달은 그리스의 임마누일 카랄리스(5m90)에게 돌아갔다.
올림픽 남자 장대높이뛰기 2연패는 1952년 헬싱키-1956년 멜버른 올림픽을 연패한 밥 리처즈(미국) 이후 68년 만이다. 듀플렌티스가 은퇴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이후 새로운 '육상 제왕'으로 자리매김했다.
듀플렌티스는 미국-스웨덴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미국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던 아버지 그레그 듀플랜티스와 육상 7종경기·배구 선수로 뛰었던 스웨덴 출신 어머니 헬레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 루이지내아주 출신으로 미국 국적자이기도 하지만, 국제대회에는 어머니 국적을 따라 스웨덴 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