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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12월초,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꼭 1년만에 다시 마주 앉은 '수영 괴물' 황선우(21·강원도청)는 달라진 게 별로 없어보였다. 여전히 '훈내' 풀풀 나는 훤칠한 외모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수영에 대한 깊은 애정까지, 물속에선 누구보다 괴력같은 역영을 펼치지만 물밖에선 예의바른 스물한 살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서 좀 쉬었나요?". 돌아온 답은 다소 놀라웠다. "일주일 정도 쉬었어요. 올해 통으로 일주일 넘게 쉰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황선우는 지인과 일본 여행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푹 자면서 힐링을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말, "여행지에서 수영장이 없는 곳을 숙소로 잡았어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물이 질릴 법할 정도로 지난 한 해 동안 쉼없이 물길을 갈랐다. 2~3월 호주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3월 KB금융 코리아 스위밍 챔피언십, 6월 광주수영대회, 7월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10월 전국체전, 11월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줄지어 소화했다. 스스로 지금껏 커리어를 통틀어 수영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지 않았을까라고 말할 정도. 도하세계선수권과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을 앞두고 잠시 쉼표를 찍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캐리어에 수영복을 담지 않았다. 황선우는 "평소 비행기를 많이 타지만, 놀러갈 때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휴식시간이 부족하긴 한데, 이렇게나마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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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유형 간판 대다수는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도하 세계선수권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황선우는 세계선수권을 올림픽을 향한 좋은 발판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잘하는 선수들이 도하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있다.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면 경험이 쌓일 테지만, 출전하지 않으면 안하는대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유형 200m 3개 대회 연속 자유형 포디움이 목표다. 단체전 계영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계영'은 이번 인터뷰에서 황선우가 자유형만큼이나 자주 언급한 키워드다.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통해 한국 계영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계영 메달은 또 하나의 꿈이자 새 역사다. 황선우는 "(아시안게임)계영 800m에서 아시아 신기록(7분01초73)을 세웠다. 세계 신기록(6분58초55, 미국)과 3초 정도 차이가 난다. 따라잡기 힘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수영엔 기적이라는 게 있다. 열심히 준비하고 운도 따라준다면 충분히 다같이 포디움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수영은 아시안게임 경영 종목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젖혔다.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등을 가리켜 대중은 '황금세대'라고 일컫는다. 황선우는 "예전엔 박태환 선수 한 명이 좋은 성적을 냈다면, 지난 아시안게임에선 저뿐만 아니라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래서 황금세대로 불릴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대가 비슷한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황선우는 말했다.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왔다. 한참 세상에 관심이 많고 친구들과 놀고 싶을 나이에 쉬지도 못하고 한국 수영을 어깨에 짊어진 나이 어린 수영선수의 삶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가늠이 되질 않는다. 황선우는 싫은 티 하나 없이 이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가 제일 잘하는 게 수영이고, 수영은 포기할 수 없는 동반자에요. 수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을까요. 중요한 올림픽이 끝나고 푹 쉬겠습니다."
상상속의 동물인 용을 평소 좋아했다는 황선우. 2024년이 푸른 용의 해인만큼 용처럼 하늘 높이 날아겠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