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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꿈과 목표를 위해 땀흘립니다. 연금, 병역 혜택 받으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닙니다."
이날 토론회는 선수촌 혁신위원장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주관한 자리로, 선수, 지도자 약 300명이 토론장을 가득 메워 체육계 개혁 방향에 대한 현장의 관심을 짐작케 했다. 홍석만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위원, 신아람 펜싱 국가대표, 이배영 역도대표팀 전 코치 등이 패널로 나선 가운데 현장의 선수, 지도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김재현 한국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체육계 혁신 대책이었다. 진천선수촌 선수와 지도자들은 소년체전 폐지, 합숙 훈련 폐지, 병역 및 연금혜택 축소, 선수촌 혁신 방향 등 4가지 주제에 대해 현장 엘리트 체육인의 생각을 조목조목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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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교사 출신의 김우영 역도 지도자는 학생선수들의 합숙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을 지적했다. "역도 지도자가 되기 전에 체육교사로 기숙사가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했다.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의 조건은 첫째, 원거리 학생, 둘째,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업우수 학생이었다. 서울대, 소위 스카이대에 학생을 보내려는 자사고에서는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왜 학생선수들의 기숙사만을 '합숙'이라고 칭하며 문제 삼는가. 우리가 체육을 선택한 것은 결코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다. 신체 기능이 뛰어나고 재능이 있어서 체육을 선택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런던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 신아람은 선수 입장에서 합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하면서 합숙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합숙을 통해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고, 꾸준한 컨디션 관리로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여자선수들이 늦은 시간까지 훈련에 매진해도 안전 귀가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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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선수촌 지도자들이 중심이 된 가칭 선수촌 권익위원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생생한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사격의 B선수는 "(성폭력에 대해)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낸 국가대표 선수가 원한 방향이 지금 정부가 생각하는 엘리트 체육의 폐지일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처리하게 되면 체육계뿐 아니라 모든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은 솔직한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다. 무조건 폐지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에 대한 올바른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레슬링의 A선수는 "선수들이 꿈과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의 급진적인 대책은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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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국가대표 선수 대부분이 미리 나눠준 주관식 설문지를 빼곡히 메웠다. "저희들은 연금, 병역 혜택 바라보고 운동하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올인해서 노력할 때, 열심히 달려가는 길 위에서 주어지는 열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에 비추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빛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단비를 내려주지는 못할 망정 왜 자꾸 역방향으로 후퇴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우리끼리 토론회 하는 것보다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분들을 모셔서 이런 사안들을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이 우리의 절실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12일 문체부 관계자는 "11일 첫 회의를 가진 스포츠혁신위원회 분과위원들이 직접 진천선수촌을 찾아 국가대표 선수, 지도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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