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국학교스포츠클럽]1m25-초3 검객의 반전,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1-14 05:32



201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가 3일 세종특별시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강원 황지초와 경남 거제초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세종=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강원도 대표 황지초등학교 주장, 3학년 임경모군. 키 1m25의 검객이 5-6학년 고학년 형님들을 돌려세우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우리 막내가 MVP예요!" "막내가 '하드캐리(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끈 플레이, 게임용어)'했어요!"

지난 3일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검도 단체전, 남자초등부 우승컵을 들어올린 '강원도 대표' 황지초등학교 선수들이 '기특한 막내'를 빙 둘러쌌다. 키 1m25 남짓한 막내를 번쩍 들어올렸다. 5-6학년 형들의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에 막내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강원도 황지초등학교 검도 학교스포츠클럽 김진구 사범과 학생들(최호종 권국현 김선진 김영환 김지경 남원준 유강영 임경모)


황지초등학교 검도 학교스포츠클럽 아이들의 투구속 노랑 호면엔 황지검도관의 관훈이 또렷하게 씌어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고, 지면서 배우는 스포츠

이날 '초등 검객' 임경모는 당찼다. 초등학교 3학년, 막내가 예선전부터 주장으로 뛰었다. 검도 단체전은 '선봉, 2위, 중견, 부장, 주장' 등 총 5명의 선수가 나선다. 각 3분 경기, 5전 3선승제다. 모든 경기가 중요하지만 선봉, 중견, 주장의 경기는 승부처다. 마지막 주장으로 나선 임경모는 이날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단 한경기도 내주지 않았다. 마지막 광주와의 결승전, 30㎝는 족히 더 큼 직한 6학년 형과 비기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줄기차게 머리를 노리는 형들의 공격을 영리하게 피한 후, 형들의 허리와 손목을 전광석화처럼 베는 몸놀림은 눈부셨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보란듯이 승리했다. 호면에 적힌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는 관훈이 오롯했다.


201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가 3일 세종특별시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초등학생들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세종=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1.03/
경기 후 당찬 승부사에서 앳된 소년으로 돌아온 임 군은 어떻게 큰 형들을 다 이겼냐는 질문에 "그냥요"라며 배싯 웃었다. "그냥 관장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받아서 허리치기'를 했어요."

검을 잡은 지 불과 1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방과후 스포츠클럽에서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련'에 전념한 결과다. "검도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임 군은 형들의 칭찬 세례에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지도교사인 김진구 사범(황지검도관장)에게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저학년이 고학년을 이기는 비법을 물었다. 최선의 공격은 최선의 방어였다. 김 사범은 "검도는 체급이 없다. 작다고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다.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만날 때, 아무리 덩치가 크고 빠른 친구를 만나도 '절대 물러나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키가 작을수록 칼도 짧고 팔도 짧다. 물러서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다. 앞으로 나가는 힘을 이용해서 치라고 가르친다"며 웃었다. 물러섬을 모르는 패기만만한 아이들, 지든 이기든 환한 미소로 엄지를 치켜드는 '스승' 김 사범의 모습이 훈훈했다. 김 사범은 "운동도 공부도 좋아서 해야 효과가 난다. 그래서 아이들을 더 많이 칭찬해주고 힘을 북돋워 주려 한다"며 웃었다.


제주 장전초등학교 검도 학교스포츠클럽 왼쪽부터 이샘 김유빈 고지민 이서진 양

<학교체육> 201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가 3일 세종특별시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체육관에서 경기와 함께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세종=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1.03/
냉정한 승부의 세계,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제주도 대표' 장전초등학교 여학생들은 준결승에서 1점 차로 패했다. 중견으로 나와 1승을 따고도 아쉽게 패한 6학년 이 샘양(13)은 "아까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면서도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번 대회가 세 번째 출전, 초등학교 마지막 대회"라고 했다. "4학년 때 자율학기제를 하면서 수업시간에 검도를 배웠고, 이후 3년 넘게 해왔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1등할 때는 정말 좋은데 하면 할수록 어렵다. 오늘처럼 아쉽게 지는 날이면 '그때 이렇게 했으면 이겼을 걸' '이걸 더할 걸' 하는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201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가 3일 세종특별시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초등학생들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이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세종=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201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가 3일 세종특별시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체육관에서 경기외에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아이들이 막대풍선으로 막는 죽도로 즐겁게 놀고 있다. 세종=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 201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가 3일 세종특별시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체육관에서 경기외에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아이들이 마술체험을 하고 있다.세종=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3/

<학교체육> 201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가 3일 세종특별시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체육관에서 경기외에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아이들이 마술체험을 하고 있다.세종=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학교체육> 201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가 3일 세종특별시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체육관에서 경기와 함께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죽봉체험을 하는 어린이들.세종=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학교체육> 2018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가 3일 세종특별시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체육관에서 경기외에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아이들이 조선세법 체험을 하고 있다. 세종=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학교스포츠클럽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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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스포츠클럽 검도대회는 국가대표 선발전 못지 않다. 대한검도회 소속 최고의 심판진, 최고의 운영진이 함께한다. 김인범 대한검도회 사무국장은 "국가대표 선발전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스포츠클럽 대회를 운영한다"면서 "초등부의 경우 1년에 4회, 큰 대회가 있는데 1000명 넘는 선수들이 나온다. 초등 동호인은 10만 명, 전체 동호인은 50만 명에 달한다"며 풍부한 저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더 나은 대회를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예년에 비해 참가자가 적었다. 서울, 경기도 학생들이 참가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가장 저변이 넓은 두 시도가 빠지면서 양과 질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향후 우리 고유의 검법인 조선세법을 경연종목으로 넣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경연 종목은 경쟁요소도 적고, 아이들 누구나 쉽게 배워서 나올 수 있다. 500명 이상이 참가할 수 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감인범 대한검도회 사무국장
이날 대회장에는 경기뿐 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났다. 개회식 공연에는 세종시 아름초 치어리딩팀, 두루초 힙합댄스팀, 도담고 창작댄스 스포츠클럽 학생들이 참가했다. 세종예술고 학생들의 콘서트도 이어졌다. 동학농민 혁명과 연계한 죽봉전 체험, 가장 오래된 전통 검법인 조선세법 강습과 페이스페인팅, 매직쇼, 풍선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문화 공간도 마련됐다.


김승기 세종시 교육청 장학사
대회 현장을 총괄한 김승기 세종시교육청 장학사는 "스포츠를 단순히 경기나 대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김 장학사는 "우리 지역 아이들이 직접 공연을 하면서 이웃 시도에서 온 친구들을 환영하는 의미를 담았다. 경기를 마친 아이들이 현장에서 다양한 문화체험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학사는 "신이 인간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교육과 운동"이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명언을 언급했다. "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이 얻는 자신감, 성취감도 중요하지만 스포츠의 가치는 실패를 통해 배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승리한 아이들뿐 아니라 패배한 아이들에게도 주목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최고의 가치는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용기에 있다. 요즘 아이들은 실패를 경험할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스포츠 세계에선 승패가 있고, 뜻대로 안되는 것도 있다. 아이들은 그걸 딛고 일어서면서 성장한다. 이기고 지면서 배운 아이들은 어지간한 실패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스포츠클럽이 스포츠의 가치를 '실천'하고 '체감'하는 교육의 장이 되길 소망했다.
세종=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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