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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 잃은 대한민국 국기 태권도, 이대로 가도 과연 괜찮은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8-10-08 14:58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국기(國技)' 태권도가 좌표를 잃었다.

인의예지가 기본 중인 기본이지만 윗물은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로 오염됐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최근까지도 최창신 회장의 인사문제로 시끄러웠다. 또 다른 축인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은 전세계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공금횡령, 업무상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 성추행, 살인교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오현득 국기원장의 거취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오 원장은 9월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후임 원장 선임 절차 후'라는 단서를 달며 여전히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추태가 어른들만의 문제로 끝이 나면 얼마나 다행일까. 리더십 부재의 판은 아랫물까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더 높은 '눈물의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 태권도의 성장 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 태권도에 미래를 건 젊은피들의 꿈이 산산이 조각나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56개의 대학에 태권도학과가 존재했지만, 최근 급격히 그 숫자가 줄었다. 현재 28개의 태권도학과가 있지만 이마저도 갈 곳을 잃고 있다.

해마다 1500~2000명의 학생들이 사회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태권도 단체들이 정치싸움에 매몰된 사이, 이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태권도는 올초 오랜 숙원 사업을 이뤘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국기'로 '법적' 인정을 받았다. 국가적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국기' 태권도를 향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태권도의 문화콘텐츠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태권도 미래 발전전략과 정책과제'도 발표했다. 예산도 5년간 1732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태권도의 미래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일 뿐이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은 이들의 일자리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학과 졸업생의 가장 확실한 길은 사범이다. 전국에는 1만4000여개의 도장이 있다. 전국적으로 사범 기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발을 담그기에 처우가 너무 열악하다. 4대 보험도 되지 않고, 월급도 박봉이다. 실제 태권도학과 졸업생 중 사범을 지원하는 이는 10%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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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범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다. 해외 사범은 국기원 관계자, 교수들의 입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국기원에서 해외와 연결시켜주던 인턴사범제도 없어졌다.

최근 북한과 교류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시범단 역시 소수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많은 졸업생들이 가장 원하는 행정직은 사실상 벽에 가로 막혀 있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이 태권도학과 출신을 거의 뽑지 않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고 연구직으로 나서기에도 여의치 않다. 국기원에는 연구지원금 등의 지원 제도가 있지만, 혜택을 받아가는 것은 극소수다.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관심도, 투자도 없는 점은 더 큰 오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태권도 관련 사업의 경우 정해진 예산을 소모하는 1회성 사업 위주다. 태권도 관계자는 "태권도학과 출신들이 외면당할수록 태권도의 전문화는 요원하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이 보여주기식 예산에 집착하지말고, 이들을 적극 활용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기를 자각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허투루 넘기는 순간 공멸 뿐이다. 대한민국 국기 태권도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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